NYT "한국 스포츠 경기장에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주목
미국 2배에 영국·호주 4배 수준…케이팝 영향 커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한국의 스포츠 경기 관람객 중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는 데 외신이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케이팝(K-POP) 문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서도, 팬덤 수와는 달리 스포츠에서의 성차별은 여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20일(현지시간) NYT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와의 경기에서 5대 0으로 이겼을 때 홈 관중의 환호는 주로 경기 티켓의 3분의 2를 산 여성들에게서 나왔다"며 "경기장에 스타 공격수 손흥민을 위한 광고, 조규성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가부장적인 사회 중 하나에서 나온 이 장면은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만든다"며 "한국 스포츠 관중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2022년 추산에 따르면, 야구, 농구, 축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 경기 팬의 55%가 여성이다.
NYT는 이 같은 통계를 인용하며 "미국의 경우, 여성은 그 수치가 절반 미만"이라며 "영국과 호주에서는 그 수가 4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스포츠 경기장이 과거에 비해 안전하다는 점, 케이팝 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NYT는 "한국 스포츠에서 여성 팬덤 비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경기장이 경기를 관람하기에 안전한 장소이기 때문"이라며 점점 더 많은 장소에서 어린이 놀이방을 포함하여 가족 친화적인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이진 연세대 연구원도 NYT에 "싸움이나 기타 폭력 행위의 표현이 점점 더 드물어지고 있다"며 "이전보다 흡연, 음주, 욕설이 줄었고, 더 친근한 분위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한 팬 문화도 여성 관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NYT는 "열성 팬이 우상을 숭배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동일한 속어인 '덕질'이 스포츠에서도 널리 사용된다"며 "여성 팬(Fan Girl)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을 여행하고, 응원의 표시로 커피 트럭을 보내고, 맨 앞줄 좌석에서 고성능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의 사진을 찍는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팬 문화에 구단의 마케팅도 더해지며 한국 스포츠는 여성 팬들을 폭발적으로 흡수했다.
시즌 내내 TV로 야구를 시청하는 임수빈 씨(24)는 "사람들은 선수들을 운동선수로 생각하지 않고 연예인으로 생각한다"며 "K팝 팬들이 아이돌을 따라가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두산베어스의 일본 스프링캠프를 따라갈 정도로 팬인 신은지 씨(43)도 "연예인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며 "경기에 카메라를 가져오는 사람은 여성뿐이다. 치어리더들을 찍는 소수를 제외하면 남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곽대희 미시간대학교 스포츠매니지먼트 교수는 "1990년대에는 젊은 여성들이 대학 농구장을 가득 메웠다"며 "그들은 이른바 '오빠 부대'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한국의 스포츠가 여성 팬을 흡수했지만, 경기장이나 코칭실 등 스포츠 문화 자체에서 성평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그 이유로 한국에는 차별금지법이 없기 때문이며, 미국에는 관련 내용을 법으로 규정한 타이틀나인(Title IX)이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나인은 미국 교육에서 최초로 성차별을 금지한 법안으로, 1972년 제정됐다. 이후 교육, 법, 스포츠, 인권 등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운동부에 참여하는 여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
또 매체는 여성 팬들이 '오빠 부대'처럼 남자 선수들을 보고 '입덕' 했더라도 결국 스포츠 자체를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나경 씨(26)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며 "이제는 팀의 선수 한 명 한 명을 따라다닌다"고 NYT에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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