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산불·가뭄·홍수…지구는 지금 ‘기후 위기와의 전쟁’[딥포커스]

올여름, 1940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워 …피해 속출
노동 생산성 감소·농작물 피해 등 심각한 '식량 위기' 초래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그리스의 유명 휴양지 로도스 섬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2일 그리스 당국은 이번 산불로 휴가를 망친 관광객에게 일주일 간의 무료 휴가를 제공하는 보상책을 제시했다. 2023.07.27/ ⓒ 로이터=뉴스1 ⓒ News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올 한해 지구촌은 그야말로 '기후 위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은 1940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기온,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진 대기가 발생시킨 산불과 그로 인해 불타버린 땅들, 이례적인 폭우와 대홍수 등 전 세계는 기후 위기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이처럼 전 세계는 국가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로 인해 병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후 변화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 이번 여름 지구촌을 닥친 기후 위기 상황과 원인, 향후 대책들을 3일 주요 외신들을 통해 살펴본다.

유럽연합(EU) 기후 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국(C3S) 분석에 따르면 올 6~8월 여름의 전 세계 기온이 80여년 전인 1940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또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섭씨 16.77도로, 1990~2020년 평균치보다도 0.66도나 높았던 것으로 기록,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겪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인해 촉발된 '뜨거운 지구'는 전 세계 곳곳에 고통스러운 폭염을 안겨줬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뜨거워진 대기가 촉발한 산불로 인한 피해도 심각했다.

실제 미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데스벨리의 경우 일대의 최고 기온이 섭씨 50도를 훌쩍 넘기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충격을 안겼다.

유럽에선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이 폭염으로 국가의 주력 산업인 관광 산업에 차질을 빚고, 대지 곳곳이 불에 타 현지 주민들뿐 아니라 여행을 위해 유럽을 찾은 관광객들도 수많은 피해를 봐야만 했다.

유럽 일대를 할퀸 폭염은 북아프리카 알제리, 튀니지 등 인근으로까지 퍼져 약 5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서방뿐 아니라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 역시 폭염이 이어져 125년 만에 가장 높은 여름 평균 기온을 갈아 치웠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북부와 동부, 서부에 폭염이 지속되면서 평균 기온이 1898년 이래로 가장 높았던 뜨거운 여름이었다.

특히 8월 평균 기온은 섭씨 30.6도로 관측 사상 처음으로 30도를 넘겼다.

한겨울이었어야 하는 8월의 브라질과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은 때아닌 폭염에 시름해야 했다. 특히 칠레의 경우 한겨울 기온이 섭씨 40도 가까이 치솟으며 한여름과 같은 날씨를 보였다.

21일 (현지시간)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 프로드로모스의 숲에서 불길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2023.8.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폭염에 곳곳서 산불·가뭄…이례적 폭우도

폭염으로 인해 곳곳에선 산불 피해가 잇따랐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스 등 서부와 남부 유럽 일대는 고온건조한 기후 탓에 촉발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화재 진압에 나선 구조대원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만평에 달하는 대지가 불에 탔다.

특히 그리스에선 지난 8월 유럽연합 전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2주 간 뉴욕시보다 큰 면적이 불에 탔다. 산불과 폭염이 이어지자 인기 관광 명소는 폐쇄되는 등 국가의 생계에도 큰 피해를 끼쳤다.

같은 달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도 역대급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115명이 숨지고 약 400여명이 실종되는 미 역사상 100여년 만에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캐나다 역시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로 고통받아야만 했다. 캐나다는 인근 미 뉴욕보다도 큰 규모의 약 1560만 헥타르(15만6000㎢)의 토지가 불에 탔고, 여전히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뭄 피해도 심각했다. 아이슬란드,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 중유럽, 캐나다, 북미 남부, 남미 등 일대는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대기와 땅이 더욱 건조해져 이례적인 가뭄을 겪어야만 했다.

고온으로 인한 폭염과 산불 피해가 이어졌다면, 이례적인 폭우 피해도 잇따랐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선 지난달 열대성 폭풍이 동반한 폭우로 인해 대홍수가 발생, 이로 인해 약 4000명이 숨지고 1만여명이 실종됐으며. 4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뿐 아니라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이례적인 폭우로 인해 수많은 도로가 폐쇄되고 열차와 여객선 운행이 취소되는 등 곳곳에서 교통 혼란이 빚어졌다.

19일 (현지시간) 대홍수가 휩쓸고 간 리비아의 데르나 해변에서 파손된 채 버려진 차량이 보인다. 2023.9.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노동생산성 감소·식량위기 촉발…'재앙'

이 같은 기후 위기는 전 인류에 물리적인 피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식량 위기를 포함한 경제적인 피해를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기후 위기로 인해 노동 생산성 감소, 농작물 피해, 사망률 증가, 무역 중단 및 투자 위축, 세수 감소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제휴 연구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유럽,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 및 독일에서 기후 관련 재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의 단기적인 악영향은 관광지의 일시 폐쇄, 야외 식사의 포기, 에어컨 때문에 전기 사용의 증가 등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 무역, 투자 등에서 크게 비용이 증가하기에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거듭 주장한다.

특히 지난해 발표된 폭염 관련 한 연구에 따르면 1992년과 2013년 사이의 누적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5조 달러(약 6300조원)에서 29조 3000억 달러 사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경제적 손실은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손상된 인프라를 교체하고 보조금과 구제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폭염은 공공 지출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며, 이로 인해 세수도 줄어 경제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여성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부채질을 하며 걸어가고 있다. 이베리아반도에 속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이날 최고기온은 44도로 예보됐다. 2023.08.09/ ⓒ AFP=뉴스1 ⓒ News1 김형준 기자

아울러 이같은 이상기후는 식량 위기로도 직결된다.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가 전세계를 막론하고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각한 기후 위기가 이미 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유엔 등 국제기구는 우려를 표하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는 지구 곳곳을 덮친 극단적인 기후현상 속,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며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고 경고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적극적인 행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15년 파리 기후 정상회의에서 설정한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류는 시간 낭비를 메우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각국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엔은 현재로선 이 같은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기후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이 목표 실현을 위해 각국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인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장기적으로 전 세계 각국이 기후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