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러시아 드론에 K반도체가? 규제 품목 되파는 제3국 업자 탓

(서울=뉴스1) 신성철 기자 = 키르기스스탄에 수출한 한국 반도체가 러시아 드론 제조에 이용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구 소련국가 키르기스스탄의 무역업체들을 통해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수출하지 않고 있는 드론 부품을 수입하는 방식이다.

뉴스1은 드론 부품 외에도 키르기스스탄 업자들이 무기화 가능한 규제 품목들을 전 세계에서 사들인 뒤 러시아에 대거 수출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 18일 워싱턴 포스트(WP)는 올 2~3월에 한국과 중국에서 키르기스스탄 회사들이 메모리와 전압 증폭기를 수십만 달러 상당으로 대량 구매했는데, 동일 기간에 동일한 양이 러시아로 수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고위 미국 공무원을 인용해 해당 물품을 받은 건 러시아 방위 산업체들이었다고 알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이라 불릴 만큼 드론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정찰과 조준, 정밀 타격, 자폭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을 통해 우회 입수한 부품에 우방국인 이란의 설계를 적용해 자국에서 드론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드론 부품만 문제가 아니다.

키르기스스탄의 대 러시아 수출비중은 2021년 14.3%에서 지난해 44.1%로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무려 30%나 뛰었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소총 조준경 수출 물량의 100%가 러시아로 팔렸는데, 조준경은 작년까지 수출량이 사실상 전무한 품목이었다.

뉴스1이 키르기스스탄 무역 통계를 확인한 결과, 올해 들어(1~5월 기준) 갑작스럽게 러시아 수출 비중이 100%에 가까워진 국제 규제 품목은 총 11건이었다.

로켓 엔진과 수력 엔진, 배터리, 수중 위치 탐지 장치, 광케이블 등이 포함된다.

모두 무기화가 가능해 우리나라에서도 수출통제 품목으로 지정된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대 키르기스스탄 수출액도 러시아의 우크라 침략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대 키르기스스탄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536.5%나 늘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231% 늘어난 데 이은 수치이다.

관세청에서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자동차와 원자로·보일러·기계류, 전자기기와 부품 등으로 모두 무기화 가능성이 큰 품목들이다.

수출된 모든 물건이 러시아로 넘어가 무기 제조에 쓰였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일부는 가능성이 있다.

올해 러시아로 전량 가깝게 넘어간 물건 중에선 우리나라가 키르기스스탄에 수출한 품목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드론 제조에 쓰일 수 있는 반도체 부품으로, 지난 5월까지 약 11억 5천만원 어치를 키르기스스탄에 수출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WP에 국제 규정을 준수해 국경을 넘는 밀수품과 불법 무역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ss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