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퍼즐 푼 까마귀… 지능 7세 아동수준 '인증'

(뉴욕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이솝우화 '까마귀와 물병' 삽화(밀로 윈터 그림, 1919년). © 뉴스1

</figure>호주 동부 섬들에 서식하는 까마귀들이 이솝우화 속 퍼즐을 풀어낼 만큼 영리함을 보여 과학자들을 감탄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 퍼즐은 평균적으로 7세 아이의 지능이 있어야 풀 수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사라 옐버트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6마리의 '누벨 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을 대상으로 인지 능력을 실험했다.

학명이 '코르부스 모네둘로이데스'(corvus moneduloides)인 이 까마귀들은 뉴칼레도니아 군도의 본섬인 그랑드 테르(Grande Terre)에 서식한다.

이 까마귀들은 자연에서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유일한 비(非)영장류다. 잔가지를 부러뜨려 손질하고 잔가시가 있는 나뭇잎을 뜯어내 곤충을 건져내는 바늘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까마귀들은 실험실에서 제공된 먹이에 닿기 위해 철사를 구부리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 까마귀들을 대상으로 '까마귀와 물병'으로 알려진 고대 이솝우화 속에 나오는 과제를 부여했다.

이 이야기는 까마귀가 물병 바닥에 찬 물을 마시기 위해 궁리 끝에 돌을 물어다 물병 속에 던져 넣어 물 높이를 올린 후 물을 마시는 데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옐버트와 그 동료들은 까마귀들에게 돌을 던지도록 훈련시킨 후 코르크에 부착한 고기조각을 투명한 시험관 2개에 각각 깊숙이 넣어 까마귀의 부리가 닿지 않게 설정했다.

까마귀들은 영악했다. 하나는 모래를 채우고 다른 하나는 물을 채운 시험관 중에서 까마귀들이 물이 든 시험관에 넣은 돌의 비율이 76%였다.

돌 대신 물에 가라앉는 고무와 물에 뜨는 플라스틱에 주어졌을 때도 까마귀들의 선택 중 90%는 고무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몰렸다. 속이 빈 물체와 속이 찬 물체에 대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시드 교수는 "까마귀들이 단단한 물체를 넣으면 수위가 바뀐다는 점은 물론 그 이유도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까마귀들은 물 높이는 같고 폭이 넓은 시험관과 폭이 좁은 시험관 사이에선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폭이 넓은 시험관 쪽에 더 많은 돌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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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A: 고기가 담긴 물이 든 시험관(좌), 고기가 담긴 모래가 든 시험관(우) / 실험 B: 고기가 담긴 물이 든 시험관에 물에 잠기는 고무(상)와 물에 뜨는 플라스틱(하) / 실험 C: 고기가 담긴 물이 든 시험관에 속이 찬 물체(상)와 속이 빈 물체(하) / 실험 D: 물 높이가 같고 고기가 담긴 물이 든 좁은 시험관(좌), 고기가 담긴 모래가 든 넓은 시험관(우) / 실험 E: 물 높이가 다르고 고기가 담긴 물이 든 좁은 시험관(좌), 고기가 담긴 모래가 든 넓은 시험관(우) / 실험 F: 고기 없이 물이 든 시험관(좌), 고기가 담긴 물이 든 (관이 좁은) 시험관(중), 고기 없이 물이 든 시험관(우). / 출처: www.plosone.org. © 뉴스1

</figure>◇ 까마귀도 물리학 이해 능력 보여

연구자들에 따르면 물체가 물에 뜨는 성질이라는 물리학을 이해함에 있어서 까마귀들은 5~7세의 아동들의 지능 수준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냈다.

특히 까마귀들이 속이 빈 물체와 속이 찬 물체 사이의 차이를 구분한다는 건 이번 연구가 최초로 밝혀낸 점이다.

최근 동물의 인지 능력에 관한 연구는 '단순한 영리함 측정 테스트'에서 "성공과 실패 학습에서 작용하는 인지 메커니즘의 규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의 아만다 시드 교수는 이번 까마귀들에 대한 이솝우화 연구가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정 조건에서의 성공과 다른 조건에서의 실패에 대한 조합은 특히 인지 능력 관련 귀소 본능 연구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에서 까마귀들은 동작에 관한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는 인간의 인지 능력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다만, 까마귀들이 실패한 과제도 있다.

까마귀들은 3가지 조건의 시험관을 선택하는 과제는 실패했다. 맨 왼쪽 시험관는 물만 들어 있었고, 가운데 시험관은 물속에 고기조각이 들어 있고 첫 번째 시험관과 연결돼 있지만 연결 부분이 탁자 아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며, 세 번째 시험관은 연결이 차단된 채 물만 들어 있었다.

까마귀들은 수위를 올리려고 가운데 있는 시험관에 가장 돌을 많이 넣으려고 했다. 이 시험관은 지나치게 좁아서 돌이 들어가지 않았다.

까마귀들은 정답인 시험관을 골라 고기조각을 꺼내는 데 '이따금' 성공한 후에도 자꾸만 잘못된 시험관에 돌을 넣어 고기를 꺼내는 데 실패했다.

인간은 약 8세쯤 되면 이 3개의 시험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번 까마귀 연구는 <http://dx.plos.org/10.1371/journal.pone.0092895>를 방문하면 동영상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