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블랙웰 AI 칩, 美수출 통제에도 中서 버젓이 유통"-WSJ
타 국가 통해 수입하거나 이전 세대 장비에 고유 일련번호 인쇄
델·슈퍼 마이크로 완제품에 포함돼 팔리기도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피해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을 주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내 판매업자들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칩이 장착된 컴퓨팅 시스템을 인근 지역의 제3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일부 판매자는 고객에게 '6주 내 납품'을 보장한다.
중국의 기술 허브 도시인 선전에서 판매업을 하는 제임스 루오는 1월에 상하이의 한 고객으로부터 12대 이상의 블랙웰 서버를 주문받았다고 WSJ에 밝혔다. 계약서와 거래 기록에 따르면 이 고객은 약 300만 달러(약 40억 원)를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으며, 루오는 해당 서버를 이달 중순까지 배송할 계획이다.
루오를 포함한 중국 재판매업자들은 해외 법인을 이용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에서 엔비디아 서버를 구매하고 있다. 이들 법인은 데이터센터 운영사 및 엔비디아의 공식 고객사로 등록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서버를 구매한 뒤 일부를 중국에 되파는 것이다.
한 판매자는 수백 대의 서버를 즉시 배송할 수 있으며, 대량 주문 시 한 달 내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판매자는 창고에 H200 서버가 쌓여 있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선전과 우한에서는 두 개의 중국 대학이 최소 6대의 H200 서버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서의 상당 부분은 삭제되어 전체 규모 파악은 어렵다.
엔비디아 및 장비 제조업체들은 고객 확인 절차(KYC)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기가 중국으로 재판매되지 않도록 더욱 빈번하고 엄격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대만 당국도 감시를 강화하면서 대규모 거래를 성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감시가 강화되자 중개업자들은 기기의 고유 일련번호를 이전 세대 장비에 인쇄하는 등 신종 우회로를 발굴해 내고 있다.
더 이상 칩이 개별 부품이 아닌 델과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등의 장비 제조업체가 제작한 완제품 시스템의 형태로 판매되는 점도 단속을 어렵게 한다.
델과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불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특정 국가가 중국에 AI 칩을 대량 운송하는 경유지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AI 칩에 대한 글로벌 구매량 상한제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해당 규제는 올해 말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그대로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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