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터닝포인트] 기술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1970년 폴라로이드의 연구원과 한 사진작가는 회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 인종차별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사진 장비를 판매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폴라로이드 혁명 노동자 운동'을 조직해 회사가 사업을 중단하도록 요구했고 국제적 보이콧을 펼쳐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에 강하게 반대했다.
1969년 설립된 과학자-엔지니어 반전 연합 '사람들을 위한 과학'은 기업의 연구 개입, 군사 목적 과학 기술 개발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과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50년 전 두 단체는 기술이 단순히 효율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돼야 하는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용돼야 하는지 기술 개발의 목적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오늘날 기술 노동자들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검열이나 해고의 위험에도 인종차별, 전쟁, 집단 학살 같은 비윤리적 행위에 자신들의 노동력이 악용되는 것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2018년 구글 직원들은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이 미국 군사 작전에 활용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며 해당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반발을 이끈 인물들은 회사의 압력에 이듬해 퇴사했다. 구글은 2024년에도 이스라엘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 프로젝트에 반대한 직원 50명을 해고했다.
나는 구글에서 AI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단체를 이끌며 대규모 언어 모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논문을 냈고 2020년 회사에서 해고됐다. 나는 AI의 오역으로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경고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아랍어로 '좋은 아침'이라는 뜻의 글을 히브리어로 '공격 개시'라고 오역해 무고한 팔레스타인인 작성자가 이스라엘 경찰에 체포됐다.
우리는 기술이 삶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술이 정부와 군부의 지원으로 개발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와 경영진들은 AI 기술 개발에 앞다투어 투자하면서도 윤리적 문제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우려에는 닫힌 태도를 보인다.
구글을 뒤로한 나는 노인을 위한 기술 연구에 몰두했다. 반신불수였던 나의 할머니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했다. 할머니 같은 이들을 위해선 자동 음성 인식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모국어 지원 기능과 지역 사회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술은 사람들의 행동을 강요하거나 제한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역사는 억압이 노동자들의 저항을 더욱 강화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기술 노동자들은 단순히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 내용은 뉴욕타임스(NYT)가 발간하는 새해 전망서 '터닝 포인트 어젠다 2025(이하 터닝 포인트)'에 수록된 '기술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의 요약본이다. 다채로운 콘텐츠로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을 제공하는 터닝 포인트는 지금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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