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전 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은 분쟁 지역에 산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어린이 병원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후, 병원 지하실에서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 보호자의 품에 안긴 채 겁에 질린 한 아이가 울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최소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4.07.0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전 세계 어린이 중 5명 중 1명은 분쟁 지역에 살고 있으며, 4억730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엔 산하 아동 인권 기구 유니세프는 28일(현지시간),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사는 아동 비율이 10% 수준이었던 1990년대에서 19%로 거의 2배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아동 성폭력 신고 건수가 1000%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서린 러셀 전무이사는 가디언에 "거의 모든 측면에서 2024년은 유니세프 역사상 갈등 속에 놓인 아동에게 최악의 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1945년 이래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점점 더 많은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갈등 지역에서 자란 아이는 평화로운 곳에서 사는 아이에 비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집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에게 가해진 피해가 증가한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소재 카디자 학교를 덮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부상한 소년들이 간이 수레에 올라타 이동하고 있다. 2024.07.2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유엔은 2만2557명의 어린이에 대해 3만2990건의 중대한 인도주의적 위반을 확인했는데, 이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약 20년 전, 세계 어린이에게 미치는 전쟁 영향을 감시하도록 명령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적으로는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의 어린이가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협에 직면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지속해서 군사 작전을 진행 중이다. 전쟁 15개월 동안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4만5000명 이상. 유엔이 검증한 사례에 따르면 사망자 중 44%가 어린이였다.

또 우크라이나에서는 2024년 첫 9개월 동안 발생한 아동 사상자가 지난해 발생한 전체 아동 사상자 수보다 많았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에는 이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보건 의료원이 가자 중부 자와이다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스라엘이 지난달 31일부터 최소 3일간 가자 지구에 한해 '인도적 휴전'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전쟁이 지속되는 가자에서소아마비가 25년만에 첫 발생했다. 2024.09.01 ⓒ AFP=뉴스1 ⓒ News1 강민경기자

유니세프는 전쟁 중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리기 쉽다며 수단, 가자 등에서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분쟁 중인 5개국에서만 50만 명 이상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가자지구에서는 올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전쟁으로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자 일시 휴전이 성사됐고, 유엔은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였다.

분쟁 지역의 어린이들이 제한받는 것은 백신뿐만이 아니다. 가자·우크라이나·콩고 민주 공화국·시리아 등에서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의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정신 건강 역시 위태롭다. 자선단체 워 차일드가 지원한 연구에 따르면 가자지구 어린이의 96%는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꼈으며, 이 중 절반은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죽음을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셀은 "세상은 이 아이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2025년을 맞이해 우리는 조류를 바꾸고 어린이의 삶을 구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