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벌레 받았어"…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감사 선물 주고받는다
보노보와 까마귀 등은 감사 표시로 선물
대부분은 구애 행위로 선물…자기 몸을 먹도록 주기도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보통 감사의 선물을 주는 것이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동물들도 짝이나 친구에게 선물을 준다고 영국 BBC방송이 25일 보도했다. 주로 새, 곤충, 거미류 등에서 나타나는데 그중에는 가짜 선물을 주는 사례도 발견됐다.
암컷 전갈파리(scorpionfly)는 수컷으로부터 침방울을 선물로 받는다. 암컷 전갈 파리는 화를 내기는커녕 이 침방울을 맛있게 먹고 수컷에게 짝짓기하도록 허용한다. 수컷이 구애하면서 영양가 있는 먹이를 제공하는 것은 달팽이와 지렁이, 오징어처럼 다양한 종에서 관찰됐다. 새들도 선물 주기를 즐기는데, 예를 들어 수컷 회색 때까치는 작은 동물을 가시나 나뭇가지에 꽂아 암컷에게 선물로 준다.
선물을 통한 구애 작전을 가장 흔하게 쓰는 것은 곤충과 거미류다. 때로 수컷이 암컷을 속이려고 낮은 품질의 먹이나 먹다 남은 조각을 선물로 포장하기도 한다. 암컷이 선물을 열어보는 동안 수컷은 빠르게 짝짓기하고 도망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보육 거미(nursery web spider) 수컷이 주는 선물의 약 70%가 가짜라고 한다.
수컷이 주는 선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강에서 물 곤충을 잡아 바치거나 버드나무 씨앗에서 나온 솜덩어리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일부 곤충은 자기 몸을 선물로 바치기도 한다. 수컷 세이지브러시 귀뚜라미(sagebrush cricket)는 짝짓기 동안 암컷이 자신의 뒷날개를 갉아 먹고 곤충에겐 피에 해당하는 체액인 혈림프를 빨도록 허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자기 몸을 망가뜨린 수컷은 다음 짝을 찾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수컷 붉은등거미(red back spider)는 짝짓기 중 암컷의 입으로 등을 굽혀 자기 복부를 씹도록 유도하며 결국 잡아먹힌다. 일견 생명을 잃어 손해로 보이지만 암컷과 짝짓기를 할 기회가 매우 드문 붉은등거미로서는 잡아먹히면서 더 오래 짝짓기 시간을 갖게 되어 결국 더 많은 정자를 전달해 유리하다.
짝짓기가 아니라 단순히 상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선물을 주는 동물도 있다. 돌고래는 사람들에게 장어와 참치, 문어 등의 음식을 선물하는 것이 관찰된 적이 있다. 또한 까마귀가 과거 자신을 도와준 인간들에게 선물을 주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타적인 선물 주기는 인간과 약 99%의 DNA를 공유하는 유인원인 보노보(bonobo)에게서도 흔히 관찰된다. 지난 2013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보노보는 인간처럼 때로는 명백한 자선 행위로 낯선 이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연구에서 보노보들은 사과나 바나나 같은 음식을 자신들과 같은 그룹이 아닌 다른 보노보들과 나누었으며 심지어 낯선 이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자기 음식을 포기하기도 했다.
동물들은 왜 선물을 줄까? BBC는 선물 주기가 수컷과 암컷 모두의 번식 적합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까마귀나 보노보 같은 동물들은 단순히 선물을 주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라시아 어치(Eurasian jay) 같은 까마귀류는 한번 짝을 이루면 평생 가기 때문에 짝을 이룬 후는 선물이 뇌물이 아닌 진정한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계를 유지하기가 훨씬 어렵기에 이런 동물들의 선물은 감사의 표시라고 밝혔다.
ky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