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당한 식민지는 왜 발전 못하나'…노벨경제학상 '제도경제학자' 3인(종합)

대런 애쓰모글루·사이먼 존슨·제임스 로빈슨 교수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인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57)·사이먼 존슨 MIT 교수(61),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64)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국가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큰 과제 중 하나다.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위원회 측은 이들 학자가 "국가의 번영을 위해 사회적 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 "법치주의가 부족하고 인구를 착취하는 제도가 있는 사회는 성장이나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특히 수상자들은 "국가의 번영에 차이가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식민지화 중에 도입된 사회적 제도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 일부 국가는 원주민을 착취했지만, 일부 국가는 장기적 이익을 위해 정치 및 경제 체제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민지 시절 가난했던 국가에 포용적인 제도가 도입된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적으로 번영을 누리는 경우가 많았고 반면 한때 부유했던 식민지가 지금은 가난해지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제도 수립 없이 착취만 당했던 "일부 국가는 착취적 제도와 낮은 경제 성장이라는 상황에 갇히게 된다"면서 착취적 제도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단기적 이익을 제공하고 아무도 경제 개혁에 대한 그들의 약속을 믿지 않기에 사회나 경제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상자들은 민주화가 일어나는 이유도 이를 통해 설명했다. 착취적인 제도를 가진 국가의 권력자가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약속한다 해도 국민들은 이를 믿지도 타협하지도 않아 결국 권력자들의 유일한 선택은 권력을 이양하고 민주주의를 수립하는 것일 수 있다고 수상자들은 주장해 왔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튀르키예계 미국인, 존슨 교수는 영국계 미국인, 로빈슨 교수는 영국 국적이다. 세 교수는 모두 미국 대학에 교수로 적을 두고 있다.

로빈슨 교수는 2012년 출간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통해 국가 간 불평등을 결정하는 데는 정치와 경제 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저자이자 MIT 교수 중 연구 실적이 뛰어난 10명 내외에게 주어지는 인스티튜트 교수 자격을 갖고 있다.

존슨 교수는 2011년 미국 금융의 역사를 민주주의와 거대 금융 간의 대결이라는 관점으로 분석한 '위험한 은행'을 출간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은 경제 이외의 영역, 즉 정치, 사회, 문화, 법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해 경제와 이런 영역들의 결합이나 상호연관을 강조하는 이른바 '제도경제학파'에 속해 있다.

노벨경제학상은 노벨상 다른 분야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되어 1901년부터 수여됐는데 비해 1969년부터 시상됐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상을 제정하기로 하고 노벨 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이유로 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000만원)가 주어진다. 노벨경제학상은 지난해에는 미국 저명 노동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수상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