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폐기 노력"…노벨평화상에 日피폭자단체 '니혼 히단쿄'(종합2보)

300만 서명 운동으로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에 도움…꾸준한 반핵 운동
노벨위원회 "인류 역사의 이 시점에서 핵무기가 무엇인지 상기해 봐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상공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들이 날아가고 있다. 2015.08.06/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2024 노벨 평화상의 영예를 차지한 주인공은 '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협의회(이하 피단협·니혼 히단쿄)'였다.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핵무기가 두 번 다시 사용되지 않도록 증언을 모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원회는 "일본 피단협은 수천건에 달하는 증언을 수집하고, 결의 및 공개 발언을 통해 매년 대표단을 유엔을 비롯한 다양한 평화회의에 파견하고, 핵 군축의 긴급함을 세계에 계속 촉구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억을 기록하는 강한 문화와 계속된 노력으로 일본의 젊은 세대는 피폭자의 경험과 메시지를 계승하고 있다"며 이렇게 계승한 이들이 "세계의 사람들을 고무하고 교육하고 있다"며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의 전제조건인 핵무기 금지를 유지하는 데 조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NHK에 따르면 피단협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약 12만 명이 희생된 원폭 투하로부터 11년 후인 1956년 결성됐다. 이후 68년에 걸쳐 피폭자의 입장에서 핵무기 철폐 운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냉전 중 유엔 군축 특별총회에 세 번이나 대표단을 파견했다.

원폭 투하 60주기였던 2005년에는 노벨 위원회 위원장이 피단협에 "오랜 세원 핵 철폐에 임해왔다"고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이 단체는 300만 명분의 서명을 모아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2021년 발효)이 채택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후 계속해서 모든 나라가 조약에 참가할 것을 요구하는 '피폭자 국제 서명' 운동으로 약 1370만 명분의 서명을 유엔에 추가 제출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일본 피단협)'의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미마키 도시유키가 11일 히로시마에서 기자회견에 임했다. 2024.10.1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수상 소식에 미마키 도시유키 피단협 대표위원은 "정말 거짓말 같다"며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기도 스에이치 사무국장은 "히로시마·나가사키의 반인간적 행위로 시작돼 미국에서는 탄압받고, 일본 정부로부터는 긴 시간 등한시됐다. 그런 마음의 고통, 괴로움과 싸우며 다시는 피폭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바람으로 (운동)해 온 선배들의 얼굴이 차례차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역시 성명을 내고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일본 피단협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일본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974년,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이래 50년 만이다. 사토 전 총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서명을 끌어낸 공로로 수상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 지구 각지에서 무력 갈등이 이어져 2024년 평화상 선정이 보류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실제로 제1·2차 세계 대전 시기와 1972년 등 평화상 선정이 보류된 회차는 19번에 이른다.

러시아 국방부가 전술핵무기 훈련을 러시아 남부에서 시작했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군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설치하고 있다. 2024.05.2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번 피단협 선정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신냉전 구도가 심화한 가운데 전면전 위기에 직면한 중동의 불안이 가중돼 전 세계가 핵 군비경쟁의 길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무척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노벨 위원회는 "인류 역사의 이 시점에서 핵무기가 무엇인지 스스로 상기해 볼 가치가 있다"며 선정 의의를 강조했다.

이어 "핵 강국들은 무기고를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새로운 국가들이 핵무기를 획득할 준비를 하는 듯하다. 진행 중인 전쟁에서는 핵무기 사용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내년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80주년임을 지적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위치한 노르웨이 노벨 연구소의 전경. 2024.09.25/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평화상에는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4억원)의 상금이 책정돼 있으며, 수상자가 여러 명일 경우 이를 나눠 갖는다. 노벨상 상금은 매년 다르게 책정되는데, 노벨의 유산을 투자해 얻은 수익금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화상 수상자는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로 "이란 여성의 억압에 맞선 싸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인권과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투쟁 중 모두 13차례 체포되고 총징역 31년, 태형 154대를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2세1964년)·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을 철폐한 넬슨 만델라(1993년)·빈민 구호 활동에 앞장선 테레사 수녀(1979년) 등 1901년부터 2023년까지 총 111명의 개인과 30여개의 단체가 평화상을 받았다. 특히 국제적십자회(ICRC)는 이 상을 3번이나 거머쥔 최다 수상자다.

평화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상하는 과학·문학·생리/의학·화학·물리 분야와 달리, 유일하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시상식은 노벨상의 창시자이자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노벨이 서거한 12월 10일 열린다.

한편 지난 7일부터 시작된 2024 노벨상 릴레이는 오는 14일 수상자가 발표되는 경제학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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