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한강 "노벨상 수상, 한국 문학 독자들에 좋은 일이길"

7분 가량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정말 놀랐고 영광스러워"
"시작 작품에 '작별하지 않는다' 추천…아들과 차 마시며 축하"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소설가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사진은 작년 11월 14일 열린 한강 작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뉴스1DB) 2024.10.10/뉴스1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3)이 10일(현지시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놀랐다"면서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노벨위원회 유튜브 계정에는 한강이 위원회 측과 나눈 7분 가량의 영어 인터뷰가 공개됐다.

그는 이날이 일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 '보통날'이었다면서 차분하게 소감을 풀어놨다. 한강은 "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다음은 한강과 노벨위원회 간 일문일답.

-지금 기분이 어떤가.

▶정말 놀랐다. 매우 영광스럽다.

-수상 소식은 어떻게 알게 됐나.

▶누군가 내게 전화해서 이 소식에 대해 말해줬다. 나는 그때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끝냈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8시께였다. 나는 정말 놀랐다.

-현재 서울 자택에 있나.

▶그렇다. 지금 서울 집에 있다.

-오늘 무엇을 하며 보냈나.

▶오늘은 일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했다. 편안한 하루(easy day)였다.

-아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아들도 놀랐다. 다만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당신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광스럽다. (노벨위원회의) 지지에 매우 감사한다.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어떤 기분인가.

▶나는 책과 함께 성장했다. 번역서만이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고 내가 느끼기에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이를 이끌어나가는 내 친구 작가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길 바란다.

-문학적 배경에서 자랐다고 했다. 어떤 작가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을 줬나.

▶어릴 적 옛 작가들은 집단적 존재였다. 그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고 때로는 길을 잃었다. 때로는 굳은 의지(결연)를 보였다. 모든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었다. 그래서 내게 영감이 된 이름을 하나를 짚어서 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스웨덴 작가(아동문학)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영감을 준 작가였다고 말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 나는 어렸을 때 그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The Brothers Lionheart)을 정말 좋아했다. 그러나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그 책은 인간과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연관을 시킬 수 있었다.

-한강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하고 싶나.

▶모든 작가들은 본인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가장 최신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시작으로 얘기하고 싶다. (이외에) 내게는 자전적 작품인 '흰'도 추천한다. 또 '채식주의자'가 있다.

-대중에게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나는 그 작품을 3년 동안 썼다. 그땐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게 꽤 힘든 시간이었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 그리고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노벨상 수상을 어떻게 축하할 것인가.

▶차를 마시려고 한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할 것이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