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불안을 멈춰라'…각국, 청소년 SNS 사용 규제 도입에 시동

스마트폰·SNS과 성장한 Z세대, 모든 세대 중에서 불안도 가장 높아
플랫폼 자정 노력 부족…EU·미국·호주 등 사용자 연령 및 콘텐츠 제한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앱들. 2024.03.1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아동이 불안 세대가 된 주요 원인은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에 있다"

사회심리학의 석학,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0년대부터 많은 나라에서 청소년 정신 질환 비율이 폭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우려하는 '불안 세대'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 '젠지(Gen Z)'다.

이들은 스마트 기기들의 발달과 함께 성장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스마트 기기와 SNS로 인한 악영향에도 별다른 방어막 없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실제로 이들이 앞선 세대 구성원들보다 정신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증명되자, 세계 각국은 뒤늦게 청소년 보호 정책에 칼을 빼 들고 있다.

◆MZ라 퉁치지 마라…밀레니얼보다 불안도 높은 Z

미국 전국약물사용건강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 대부분의 시간 또는 항상 불안을 느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Z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보다 1.5배 가량 더 높았다.

10대 우울증 비율은 2010년대 들어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2021년까지 여자아이는 145%가, 남자아이는 1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세는 남자아이가 더 가팔랐지만, 절대적 수치는 여자아이가 2배 이상 더 높았다. 이런 경향성은 인종과 사회 계층을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나타났다.

Z세대의 불안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슬픔 및 우울감을 느끼는 청소년 비율은 지난 10년 중 가장 높았다.

미국에서 높은 수준의 불안을 보고한 연령 집단별 성인 비율. 18~25세가 가장 높은 불안도를 보였다. (출처 : 미국 전국약물사용건강조사·불안세대 자료집) 2024.09.14/

◆불안하고 고립된 Z, 민주주의 약화시켜

스마트폰과 SNS는 일견 청소년 사이의 소통과 유대를 더 강화시켜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고립을 초래했다.

아이들은 '뼈 말라(극단적으로 마른 체형)' 등 섭식장애를 유도하는 콘텐츠에 무방비하게 노출됐으며, 영국에서는 2010년대 들어 10대 여아의 자해 비율이 78%나 뛰었다.

SNS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런 악효과를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021년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은 자사가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부추기며, 민주주의를 약화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의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 경영진은 어떻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지만, 천문학적인 이익을 사람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필요한 변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국장도 아이들이 SNS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곧 안전 검증이 되지 않은 약을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정부가 SNS를 더 잘 규제하지 못한 것이 "미친 짓"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미국 뉴욕의 메타 사무실 밖에서 '미디어 중독에 반대하는 어머니들(MAMA) 회원들이 청소년 보호를 우선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왼편의 메리 로데가 페이스북에서 따돌림을 당한 끝에 자살한 아들 라일리의 사진을 들고 있다. 2024.03.22/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규제 칼 빼든 각국 정부들…선두는 EU

가장 적극적으로 '미친 짓'을 멈추기 위해 움직인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메타·틱톡·스냅챗·애플 등에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준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법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표적 광고를 금지한다. 또 청소년 사용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자동 재생을 비활성화하도록 알림(푸쉬)를 보내도록 한 것이 골자다. 위반 시 기업에는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영국에서는 통신미디어 규제를 담당하는 오프콤이 어린이가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자 연령 확인을 강화하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일부 공립학교는 자체적으로 수업 시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압수하기로 했다.

호주도 SNS에 로그인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14~16세로 설정하는 법안 도입을 검토 중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 부재로 주마다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주(州)가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알고리즘형 게시물을 제공하려면 보호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이 아예 SNS 계정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유타주도 '소셜미디어 규제법'을 통과시켰지만 12일(현지시간), 시행이 재차 연기됐다.

법안 통과 후에도 시행이 어려운 이유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정헌법 제1조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연방지법은 입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내용에 따라 언론을 규제하는 선의의 입법조차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헌법적 감사를 통과해야만 한다"고 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대처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사이버보안법과 미성년자 보호법을 통해 콘텐츠를 제한하고 온라인 서비스 일일 사용 시간을 규제한다. 인도는 개인정보보호법(PDPB)을 통해 보호자가 자녀의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도록 요구하고 미성년자 대상 표적 광고를 금지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