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내달 2일부터 12일간 동남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

고령에 건강 악화 교황 "순방 통해 힘 보여주려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7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진행된 일반 알현에서 각지에서 온 수녀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08.07 ⓒ AFP=뉴스1 ⓒ News1 신은빈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 달 2일(현지시간)부터 12일 일정으로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 순방에 나선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 달 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발해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한 다음,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를 차례로 방문한다.

이는 교황 재임 기간 중 가장 길고 먼 순방(이동거리 약 3만3000㎞)으로, 87세 교황이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보행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힘든 여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관측통들은 로이터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이와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14억 명의 신도가 있는 가톨릭을 여전히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마시모 파기올리 빌라노바대 신학교수는 로이터에 "이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교황이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순방을 강행하는 데는 아시아로의 종교적 세력 확장이 배경에 있다고 짚었다.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책임자인 시호코 고토는 "이번 방문은 교회에 대한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은 당초 2020년으로 계획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됐다.

교황은 이번 순방에서 가톨릭 공동체 규합을 위한 16개 연설, 여러 차례의 대규모 미사 등 40개 이상의 행사를 주재할 예정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변화와 가톨릭-무슬림 간 대화라는 메시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기후변화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며 꾸준히 기후변화와 관련된 목소리를 내왔고, 지난 2015년에는 기후변화를 다룬 가톨릭 역사상 최초 생태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했다.

또 인구의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기독교 11%), 불교(31%)와 기독교(19%), 이슬람교(15%)가 섞인 싱가포르를 방문한다는 점에서 종교적 화합과 대화의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크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