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호주 항공사, 줄줄이 중국행 항공편 축소…이유는?

"中 성장 둔화에 러시아 영공 이용 못해…'불공정 경쟁'"

영국 항공의 항공기가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이륙 대기 중이다. 2020.03.16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서방 항공사들은 중국행 항공편을 대폭 줄이고 있다. 수요 감소와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는 데 드는 비용 상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항공은 오는 10월26일부터 최소 1년 동안 영국 런던과 중국 베이징 간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국항공의 이같은 결정은 홍콩행 항공편을 절반으로 줄여 하루 1회로 줄인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나왔다. 앞서 경쟁사인 버진 애틀랜틱도 중국에서 철수하고 10월25일부터 런던과 상하이 간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호주의 콴타스항공도 지난달 호주 시드니-중국 상하이 노선을 중단했다.

항공정보회사 OAG에 따르면 성수기인 여름철 유럽과 북미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편 수는 2018년 최고치인 1만3000편에서 60% 이상 감소했다.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들로 구성된 전미항공운송협회(A4A)도 올해 미국과 중국 간 직항 항공편 수요가 2019년 대비 7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이러한 철수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중국과 미국 및 그 동맹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유수의 항공사 중 일부가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방 항공사들에는 '성장의 땅'으로 여겨지던 중국이 코로나19 여파에서 아직 허덕이고 있다는 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주요 철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영국항공은 코로나19로 3년간 중국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가 재개할 때 "중국 노선은 중요한 노선 중 하나"라며 중국어가 가능한 승무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항공 시장은 코로나19 국경 봉쇄 이후 회복이 느린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비교적 느린 2023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해외여행을 재개했으나, 국제선 수요는 2019년보다 여전히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특히 러시아의 영공 폐쇄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 항공사가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는 비행을 금지했고, 동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은 우회하며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됐다.

에어프랑스-KLM의 최고경영자인 벤 스미스는 지난해 "러시아 상공을 비행하는 중국 항공사가 있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불공평한 이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스미스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항공사가 서방 항공사와는 달리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면서 이점을 얻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A4A도 미국 국무부와 교통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 항공사들이 러시아 영공을 경유하고 있어 시간·비용 등 면에서 유리하다"며 "중국 항공 시장의 성장을 통제하지 않고 시장에서의 평등한 접근에 대한 고려 없이 이를 계속 허용한다면, 항공편은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희생해 중국 항공사에 계속 넘어갈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서방 항공사들의 항공편 감축과는 달리 중국 항공사들은 여름철 유럽행 항공편을 2019년 대비 16% 늘렸다.

중국 동방항공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프랑스 마르세유까지 직항편 운항을 시작했고, 중국 남방항공은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운항을 시작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