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방, 美 WSJ 기자 등 수감자 26명 맞교환…2010년 이후 최대(종합)

러 정보기관 소속 암살자·러 반체제 활동가 등 포함
바이든 "고통을 끝낸 외교적 위업…푸틴과는 대화 안해"

러시아에서 간첩혐의로 기소된 미 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19일 예카테린부르크 스베들롭스크 지방법원 법정 '피의자 유리창 케이지'안에서 배심원 평결을 기다리고 있다. 2024.07.19 ⓒ AFP=뉴스1 ⓒ News1 장시온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가 미국과 수감자 맞교환의 일환으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32)와 미국 전 해병대원 폴 웰런을 석방했다.

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4개 동맹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협정에 따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는 이날 26명의 수감자를 교환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튀르키예 국가정보국(MIT) 정보국 주도로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해 미국, 독일,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 러시아 간 총 26명의 수감자 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수감자 교환을 조정한 튀르키예는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해 10명이 러시아로, 13명이 독일로, 3명이 미국으로 이송됐다고 부연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에는 WSJ 기자 게르시코비치와 미국 전 해병대원 웰런을 비롯해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소속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 테러 및 용병 활동 혐의로 수감된 독일인 리코 크리거, 러시아 반체제 활동가 일리아 야신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미국인 3명을 포함해 총 12명의 수감자를 석방했다고 밝혔으며, 수감자 교환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 모든 국가와 크리거를 석방한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에게 감사를 표했다.

독일 정부도 크라시코프의 석방을 결정한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크라시코프는 지난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조지아 국민을 암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수감자 교환은 2010년 러시아와 서방 국가가 14명의 스파이를 교환한 이후 가장 큰 수감자 교환이다. AFP통신은 "이 교환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게르시코비치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명령을 받고 예카테린부르크의 스베르들롭스크에 있는 군수 업체의 제조 공장에서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서방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건 냉전 시대 이후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러시아에서 간첩에 대한 재판은 수개월이 걸리지만, 이번 재판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로이터는 판결이 끝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이 진행될 가능성이 열렸다고 전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6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게르시코비치의 석방을 위해 러시아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르시코비치와 함께 석방된 웰런은 지인에게서 국가 기밀이 담긴 USB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웰런의 변호인은 웰런이 지난 러시아 여행 사진을 받으려 한 것뿐이라며 지인에게 누명이 쓰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수감자 교환을 두고 "고통을 끝낸 외교적 위업"이라며 "이번에 풀려난 수감자 중 일부는 수년간 부당하게 억류됐다. 모두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불확실성을 견뎌냈고, 오늘 그들의 고통은 끝났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수감자 교환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푸틴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WSJ 발행인과 편집장도 성명에서 "우리는 매우 안도감을 느낀다"며 "불행히도 많은 언론인이 러시아와 전 세계에 부당하게 투옥돼 있다"고 전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