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휩쓰는 극우, 이제는 우파 자리 대체했다
"대다수가 지지하는 정책, 극우로 보긴 어려워"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유럽에서 미국까지 극우가 득세하며 우파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기디언 라크만은 '프랑스에서 미국까지 극우 행진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태도가 정치의 차이를 정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크만은 "프랑스의 극우파는 앞으로는 단순히 '우파'로 알려지기를 원한다"며 "극우를 우파로 이름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프랑스를 넘어 울려 퍼지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을 자신의 이미지로 바꿔놓은 것"이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제 보수 운동을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탈리아와 영국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탈리아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를 '극우' 정치인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직도 타당한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치세력이 약진한 데 이어 프랑스와 영국의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세력의 득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9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 개표가 일부 완료된 가운데 강경 우파 성향의 '유럽 보수와 개혁'(ECR)은 69석에서 73석으로,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의석이 늘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은 프랑스 내 득표율 31.4%로 1위를 기록했다고,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2위를 차지했다. 벨기에에서도 우파가 약진하며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라크만은 우파와 극우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를 꼽았다. 그는 "결정적인 구분선은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라며 "정치 지도자가 선거 결과 수용을 거부하고 '딥 스테이트'(실제로는 국가 자체)를 무너뜨리고 싶어 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극우파"라고 짚었다.
또 라크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우는 이민 정책이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더이상 '극우'가 아니라 우파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의 '장벽 건설' 정책, 서구에서 논쟁 중인 이민 문제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대다수가 동의하는데도 이러한 정책을 여전히 '극우'라고 부를 수 있느냐. '국가적 포퓰리스트'와 같은 다른 용어가 더 정확해 보인다"고 적었다.
라크만은 끝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은 보수정치와 극우 권위주의를 가르는 루비콘 강으로 남아있다"고 썼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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