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가 가자전쟁 강요해…이스라엘 입장도 생각해달라"[대사에게 듣는다]
바락 샤인 주한 이스라엘 부대사 인터뷰
"민간인 피해 심각하게 받아들여…WCK 오폭 사건은 비극"
- 박재하 기자
"이 전쟁은 우리에게 강요된 전쟁입니다. 이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 대사관에서 뉴스1과 만난 바락 샤인 부대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을 이같이 표현했다.
샤인 부대사는 이 전쟁의 원인이 됐던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두고 "그 잔인함과 야만성을 고려할 때 현대사에서 이와 비슷한 일은 없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쟁이 6개월째 계속되고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도 3만명이 넘어가면서 이스라엘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 국제사회도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이에 샤인 부대사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하마스가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이라 보는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우리는 이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갈 의도가 전혀 없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강요받았다는 점을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하마스가 더는 이스라엘을 위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몇 주, 몇 달이 더 걸리더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는 불필요한 사상자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민간인 뒤에 숨어 있어 상황이 어렵다. 만약 우리가 그들(하마스)이 말하는 대로 괴물이라면 민간인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전쟁을 손쉽게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가자지구와 레바논 인근의 이스라엘 주민들도 벌써 6개월째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전쟁 피해가 크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현재까지 3만30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하마스가 운영한 지 오래됐고 사망자들의 이름이나 구체적인 신상도 공개하지 않은 채 숫자만 발표하고 있다. 물론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하마스가 병원이나 학교, 유치원 등에 숨어 민간인 피해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군만큼 이렇게 복잡하고 밀집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작전을 벌이는 주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이스라엘군은 특정 지역을 공격하기 전에 민간인들에게 미리 대피하라고 알려준다. 또 인도주의적 안전지대를 만들어 놨으며 매일 일시적인 휴전 시간도 설정해 주민들에게 공지한다. 이외에도 가자지구에 개전 이후 현재까지 구호 트럭을 총 2만1000대를 들여보냈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월드센트럴키친(WCK) 구호 차량 오폭 사건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는데.
▶WCK 오폭 사건은 비극이다. 이스라엘 총리와 군 수뇌부, 국방부 장관 등 모든 지도부가 이에 대해 사과했고 후회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주 큰 실수이며 투명한 조사를 약속한다. 또 이스라엘군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가자지구 내 구호단체들과 연계할 수 있는 지휘부 설치를 약속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제사회가 이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도 이해한다. 하지만 당장의 휴전은 일시적인 평화만 가져올 뿐이다. 하마스를 뿌리 뽑지 않고는 미래에 10월 7일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다. 이스라엘도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
-'두 국가 해법'은 전후 계획으로 고려되지 않는가.
▶두 국가 해법은 시기상조다. 먼저 가자지구에는 수년간 제대로 된 통치 기구가 부재했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하마스는 유치원에도 무기를 숨기는 등 군사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이런 환경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꿈꾸지 못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단 한 번도 그 존재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인정받은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인들도 매일 테러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산다. 이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전쟁을 겪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극단적인 사상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요르단과도 오랫동안 군사적으로 충돌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들에 대해 극단적인 사상을 품고 있지 않는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웃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가치관을 교육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자지구에서도 전후에 공존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을 꾸리고 하마스 같은 극단적 세력을 축출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자지구의 전쟁이 레바논과 시리아, 이란 등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나.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확전은 이스라엘에도 그들에도 손해다. 현재까지 다들 레드라인을 지키며 상황을 관리 중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전면전이 발생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준비가 됐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데.
▶이스라엘에서 시위가 커지는 이유는 주로 인질 석방 문제 때문이다. 가족이 6개월째 집에 못 돌아오고 있는데,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하마스 측은 인질 석방을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번 하마스 공격을 주도한 야히야 신와르도 2011년 이스라엘 군인 석방을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풀려날 때 나왔던 사람이다. 이런 위험 때문에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한국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시 한번 전쟁에 뛰어든 이스라엘의 입장을 헤아려주기를 바란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할 필요가 있고 또 한편으로는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0월 7일과 같은 일을 겪는다면 그 어떤 국가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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