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감염병 확산에 中 '발칵'…"한국 괜찮냐고? 안 괜찮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46주차 환자수 지난해 대비 4.4배 ↑
1~6세 리노바이러스 환자도 급증…"중복감염 시 위중증 진행"

지난 24일(현지시간) 베이징의 한 소아과 병원 앞에서 시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중국 내 호흡기 감염병이 계속 확산하면서 중국은 물론 전세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임시 휴교에 들어간 학교가 속출하고 소아과 병원들이 마비가 될 정도로 환자가 늘자 지켜보던 WHO(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중국 당국에 관련 데이터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호흡기 감염병 환자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는 역대급 유행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최근엔 중국에서 유행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뿐만 아니라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중복 감염된 환자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AFP통신 등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WHO는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호흡기 질환 증가와 어린이 폐렴 집단 보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중국에 공식 요청했다.

10월 중순부터 독감 유사 질병이 중국 북부에서 크게 증가했는데, 지난 3년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며 대유행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WHO에 어린이들 사이에서 폐렴이 급증하고 있지만 신종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밝혔다.

신종 바이러스가 아님에도 병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환자가 속출하자 중국 보건당국은 시민들에게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리노바이러스, 아네도바이러스 등이 유행하고 있으니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지켜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크게 유행하고 있는 호흡기 감염병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다. 이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주로 5~9세에서 많이 나타난다.

감염되면 보통 38도가 넘는 고열과 심한 기침이 동반되고 가래가 섞인 기침이 3~4주 정도 지속된다. 또 일반 항생제와 해열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현재 국내에서도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1~12세 주별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 발생 추이. 하늘색 그래프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수를 나타낸다. (질병청 제공)

질병청이 병원급 의료기관 218곳에서 신고 받은 현황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감염돼 입원한 환자 수는 8월 말부터 꾸준히 증가해 10월 22~28일(43주차) 126명을 기록하고, 44주차 173명→45주차 226명→46주차 230명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6주차 환자 수는 52명으로, 올해 환자 수가 무려 4.4배 증가한 것이다.

이에 질병청 관계자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과 비교하면 2018년 46주차엔 230명, 2019년엔 633명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급성 호흡기 감염병 환자가 확연히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도 늘었지만 독감,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환자뿐만 아니라 중복 감염된 경우도 늘고 있다고 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으로 중국이 발칵 뒤집혔는데 한국은 아직 괜찮으냐"는 질문에 "안 괜찮다"며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환자가 확 줄어 아직 버틸 만하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문제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감염되는 것을 넘어 요새 유행하는 독감, 리노바이러스, 코로나 등에 중복감염되는 것"이라며 "중복감염이 되면 위중증으로 진행하기 매우 쉬운데, 실제로 현장에선 중복감염으로 비극적인 일들이 생기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예로 9세 남자 아이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돼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첫날엔 기관지염, 둘째 날엔 기관지 폐렴, 셋째 날에 대엽성폐렴으로 아주 급속도로 진행해 대학병원으로 옮긴 후 한 열흘 정도 중환자실에 있다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리노바이러스 입원환자 발생 누적 현황. (질병청 제공)

실제로 질병청이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를 분석한 결과 독감, 리노바이러스 등과 같은 바이러스성 입원환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호흡기감염증 및 독감바이러스 입원환자 감시에 따르면 10월에 접어든 41주차(10월 8~14일) 966명부터 환자가 늘기 시작해 42주차 1189명→43주차 1397명→44주차 1570명→45주차 1440명→46주차 1596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리노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 환자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리노바이러스로 입원한 환자는 46주차 470명, 아데노바이러스는 131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281명, 27명인 것과 비교해 큰 폭의 증가세다.

리노바이러스는 급성호흡기감염증을 유발하는데, 보통 감기로 생각하는 콧물, 인후통,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인다. 아데노바이러스는 감기 증상과 함께 각·결막염을 동반해 '눈곱 감기'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두 바이러스 모두 영유아·소아 등 어린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리노바이러스는 1~6세에서 큰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리노바이러스로 인한 전체 입원 누적환자 1만7350명 중 약 1만1000명이 1~6세 환자다.

최 원장은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딱 좋은 겨울철이 되다 보니 이와 같은 확산세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 같다"며 "관계당국은 코로나19 이전 시기와 비교했을 때 발생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쓰이는 매크로라이드계열 항생제들은 원료 수입약으로 중국에서도 같은 원료 제품을 사용하는데, 중국에서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이 유행하면서 약품 수급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대체 약물 사용허가 기준 확대 등 서둘러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