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사망자 3만6000명 넘어…금세기 5번째 대참사
지진 발생 일주일째…생존자 구조보다 사망자 수습
국제사회 제재로 구호 손길 안 닿는 시리아 측 피해규모 막대할 듯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덮친 규모 7.8의 지진으로 양국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수가 3만6000명을 넘어섰다. 매몰 178시간 만에 구조되는 기적의 생환 소식이 들려오는가 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 측에는 도움의 손길이 요원해 피해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집계된 지진 희생자수는 3만6217명이다. 튀르키예에서 3만1643명, 시리아에서 4574명이 숨졌다. 이는 2004년 스리랑카 지진 때보다 더 많은 사망자로, 이번 지진은 21세기 들어 역대 5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이 됐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전날 "지진 피해 지역에서 10만8000개의 건물이 손상됐고 40만 명이 피해지역에서 대피했다"고 말했다.
진원지와 가까운 카라만마라슈에는 3만 개의 텐트가 설치됐으며, 이 밖에도 4만8000명은 학교에, 1만1500명은 스포츠 홀에 머물고 있다.
술레이만 소일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지진 피해 지역인 10개 주(州) 중 7개 지역에서 구조 및 수색 작업이 끝났으며, 수백 개의 구조팀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지진 발생 일주일째에 접어들며 생존자가 아닌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구호 및 수색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리아 북부 지역의 피해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시리아의 공식적인 사망자수는 약 4500명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시리아 내 사망자수를 9300명으로 추산했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십수 년째 신음하고 있다. 내전은 지난 2011년 3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 정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시작됐지만, 이슬람 시아파-수니파 간 갈등, 미국-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번졌다.
시리아에 대한 대부분의 원조는 정부 소유 영토인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해 이뤄진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대해 어떤 구호품이 전달되는지 엄격히 통제해왔기 때문에, 북부 반군 장악 지역으로 향하는 지원은 튀르키예 국경을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리아와 척을 져온 서방은 이번 지진과 관련해서도 튀르키예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틴 그린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처장은 전날 시리아 북부 지진 피해지역을 방문한 뒤 "시리아 북서부에 있는 사람들은 버림받았다고 느낀다. 도착하지 않은 국제적인 도움을 찾고 있다"며 "이 실패를 가능한 한 빨리 바로 잡는 것의 내 의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튀르키예와 시리아 사이 국경에 새로운 구호 지점을 개설할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건물 잔해에서 20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버틴 뒤 구조된 이들의 소식도 전해지며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에서 지진 발생 173시간 만에 건물 잔해 속에서 한 여성과 어린 딸, 아기의 생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직 구조 작업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에서도 40세 여성 시벨 카야가 170시간 만에 붕괴된 아파트에서 구조됐다. 진앙지 인근 아디야만에서도 잔해에 166시간 동안 갇혀있던 한 60세 여성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도 미레이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가 178시간 만에 아파트 잔해에서 구조됐다. CNN은 소녀가 6세라고, 아딜 카라이스마일오울루 튀르키예 교통인프라부 장관은 이 소녀가 4세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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