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로 '사이보그 세포' 만들었다…'암세포 공격' 투입시킬 수도

미국·대만 공동연구팀…분열·복제 못하지만 운동성·세포대사 기능 갖춘 인공세포 개발
질병 치료법 적용 등 응용 가능하지만…아직은 연구 초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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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세포를 만들어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대만 중국중앙연구원 생물의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복잡한 화학적인 공정을 통해 다목적 '사이보그' 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 세포는 실제 세포처럼 성장하고 분열하는 능력은 없지만 살아있는 세포의 많은 특성을 갖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달 11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개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공세포는 복제 능력이 없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인공세포가 실제 세포처럼 증식한다면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팀은 사이보그 세포가 표적 물질을 제거해 암과 같은 질병 치료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사이보그 세포는 프로그래밍할 수 있고 분열하지 않으면서도 필수적인 세포 활동은 유지하면서 고유하지 않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먼저 두 가지 방식으로 세포를 개조했지만 실패했다.

먼저 기존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유전적인 변이를 일으켰다. 이 세포는 더 많은 기능을 부여할 수 있었지만, 증식이 가능했다. 또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합성한 세포는 스스로 복제할 수 없었지만, 생물학적인 기능이 제한됐다.

연구팀은 다시 박테리아 세포를 기반으로 인공적으로 합성한 고분자 폴리머(중합체)를 추가했다. 세포 안으로 들어간 폴리머는 자외선에 노출돼 세포 외 기질(ECM) 같은 하이드로겔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박테리아 세포를 기반으로 만든 인공세포는 정상적인 세포 기능을 대부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높은 pH나 항생제 등 정상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에도 저항력이 있었다. 연구팀은 마치 실제 사이보그처럼 강인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조직 표본으로 실험했을 때 새로 만들어진 이 세포는 암세포를 침범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치료를 위해 이 세포를 특정 신체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이보그 세포는 세포 대사, 운동성, 단백질합성 그리고 유전자회로 등 여러가지 필수 기능이 보존됐다"고 말했다. 유전자회로는 세포 내에서 유전자 발현이 논리적으로 조절되도록 설계된 회로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초기 수준인 만큼 실제로 세포를 만들어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등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연구팀은 이제 새로운 재료를 이용해 세포를 만들어 실험하고 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또 어떤 이유로 세포 복제가 안됐는지도 알아볼 예정이다. 연구팀은 하이드로겔 조직이 이 사이보그 세포의 성장이나 DNA 복제를 억제해 세포분열이 멈췄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 세포가 완전히 자연 상태의 세포도 아니고 인공적인 혼합물도 아닌 '세포 유래 생체 재료'라며 생명윤리에 어떻게 적용될지도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jjs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