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우크라, 나토 가입 적절…러-서방 갈등으로 번져선 안돼"

"러시아에 국제 체제 합류할 기회 주는 것 중요"

17일(현지시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23.01.17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정윤미 기자 = 국제정치학계의 대부 헨리 키신저(99) 전 미국 국무장관이 전쟁 전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해오던 것과 달리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더라도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AFP통신 등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이 전쟁 전에 나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했다. 우리가 지금 본 것(전쟁)과 정확히 같은 과정을 시작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전쟁)이 이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중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것은 소련 붕괴 이후 지속해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나토의 동진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개전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선언한 데다 우크라이나마저 지난해 9월 신속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며 사실상 전쟁으로 나토 회원국만 늘리는 모양새가 됐다.

아울러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휴전에 도달하거나 휴전 관련 예비 논의가 성사되기 전까지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에도 영국 주간지 더 스펙테이터 기고문을 통해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 신청한 이후 중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키신저 전 장관은 이번 전쟁이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번져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러시아 자체에 대한 전쟁이 되는 것을 막고, 러시아가 국제 체제에 다시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파괴할 경우 11개의 시차(러시아 동쪽 끝과 서쪽 끝의 시차)와 함께 1만5000개 이상의 핵무기가 있는 지역을 내부 갈등과 외부 간섭에 노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1969-1974)·제럴드 포드(1974-1977) 전 미 대통령 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내며 1970년대 동서 진영 간 데탕트(긴장완화)를 설계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공로로 197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2000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집권한 이래 수차례 만난 바 있다. 한편 그는 사상과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자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현실주의적 행보로 각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