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에 가려진 지정학적 분쟁, 올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중국의 패권 경쟁,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 분쟁, 美-EU 관계 악화 등 잠재적 위협 존재

중국 오성홍기와 대만 청천백일만지홍기 일러스트레이션.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정학적 위기가 2023년에 크게 떠오르게 될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칼럼니스트인 사이먼 티스달은 1일(현지시간) 가디언을 통해 유럽과 북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지난 1945년 이후 유럽의 가장 큰 분쟁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뉴스를 독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려져 있던 몇 가지 국제적 위기에 관심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티스달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 중동 문제, 미국과 유럽 간 긴장 관계 등을 2023년도 주목해야 할 지정학적 긴장으로 꼽았다.

◇中 패권 확대로 동아시아 긴장↑…대만 침공 우려

티스달은 최근 일본이 국방비 지출을 2배 올린 점을 주목했다. 일본의 국방비 지출은 세계 9위지만 향후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게 된다. 티스달은 일본의 국방비 증액이 "1945년 이후 평화주의 전통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아니더라도 급격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중들 또한 국방비 증액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스달은 일본의 국방비 증액과 더불어 미국과 영국, 호주 간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등 협의체가 발족한 이유도 공통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은 일본, 인도 등과 오래전부터 영토분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문을 계기로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은 매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티스달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평화 회담을 고려할 것은 제안한 것을 언급하며 아마도 그가 '두 전선에서의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었으리라 예측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과 무인기 위협 등도 미국에게는 잠재적 위협이라고 티스달은 부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1년 반 만에 총리로 복귀해 예루살렘에서 새 정부 첫 각료회의서 건배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란·이스라엘 등 중동 문제도 잠재적 위협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사태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시리자 점령 이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왔던 중동도 2023년 미국에게 새로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티스달은 이스라엘에 강경파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3)가 돌아오면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의 유혈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이란에서 진행 중인 반정부 시위 등도 문제다. 이로 인해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의 셈법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티스달은 "이란이 극적으로 양보하더라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여성들을 살해하고 고문하는 이란 정권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대립이 격화된다면 결국 서방과 이란의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 그 결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시리아 등과 같은 문제들이 연이어 터질 수 있다.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올해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리아에 기반을 둔 쿠르드족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15.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미국-EU 관계 악화 가능성

티스달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와의 협상을 둘러싼 유럽연합(EU) 역내 국가 간 분열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대부분의 위험을 감수면서 전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분노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미국과 유럽 간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미국-EU 간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는 요소로 꼽힌다. EU 역내 국가들은 IRA를 통해 미국이 자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고 유럽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EU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IRA에 대한 대응 수준을 GDP의 2%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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