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시위로 '계엄령 선포' 우려…또 다른 쿠데타 관측도

탁신 정계 복귀설도 솔솔

7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는 시위가 벌어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김세원 기자 = 태국에서 현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발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조만간 계엄령이 발동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정계로 복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수도 방콕에서 열리는 반정부 시위로 계엄령과 또 다른 쿠데타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 시위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국 내 경기 침체와 미진한 백신 접종 등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강력 반발하며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산 백신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태국에서는 최근 시노백 백신 효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며 백신 접종률이 7%에 그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67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시위대는 지난해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을 일으킨 청년층을 주축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 퇴진과 태국 왕정 개혁을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여왔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물으며 일어난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우자 일각에서는 쁘라윳 총리가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여기에 쁘라윳 총리에 불만을 품은 군부 내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치평론가 보라나이 바니자카는 "쁘라윳 총리가 민주주의를 막고,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 자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시나리오는 쁘라윳 총리에 반발하는 군부 내 파벌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온라인상에서 옛 정치인들이 재평가 받으며 탁신 전 총리의 정계 복귀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탁신 전 총리는 최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에서 매주 수천 명의 청취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클럽하우스를 통해 '레드(붉은) 셔츠'로 불리는 지지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그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또 다른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싱가포르 소재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푼차다 시리분나부드 연구원은 "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탁신의 귀환"이라며 "국민들이 탁신의 귀환을 요청하는 것은 합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saewkim9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