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살아갈 희망을 없앴다' 77세 노인 권총자살‥ 그리스 전국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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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 신티그마 광장에서 자살한 연금수령자 추모 현장.© AFP=News1

</figure>77세의 은퇴한 약사가 아테네 국회 앞에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그는 경제 위기에 따른 국가의 긴축 재정으로 연금이 줄며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br>목격자에 따르면 이 노인은 4일(현지시간) 아침 출근시간대에 의회 앞 산티그마 광장에서 머리에 총을 대고 "빚이 있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고 외치며 방아쇠를 당겼다.<br>또 다른 목격자는 자살한 남성이 "자식들에게 빚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 AFP=News1

</figure>경찰에 따르면 노인의 주머니에는 "정부가 살아갈 희망을 없앴다. 정의도 없다. 휴지통의 음식물을 찾아 나서기 전에 위엄있는 최후를 맞는 것 밖에 길이 없다"고 정치가와 정부를 탓하는 내용의 유서가 들어 있었다.<br>그는 유서에서 "35년동안 연금을 내왔지만 정부는 이제와 연금으로 살아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활고를 하소연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정부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대치하는 경찰.© AFP=News1

</figure>이러한 내용의 유서와 노인의 죽음이 알려지며 그리스 전국이 들끓고 있다.<br>그가 숨진 산티그마 광장에 한켠에는 임시 빈소가 설치됐고 촛불이나 꽃, 긴축 조치를 비난하는 시민들이 메모가 나무에 내 걸렸다.<br>일부 시민들은 돌맹이와 화염병을 의회로 던지기도 했다. 분노한 시민들의 수는 곧 150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과 거세게 충돌했다.아테네에 거주하는 의사 디미트리스 기아노포로스는 시위대 앞에서 "그리스인으로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정부는 단지 은행 계좌에만 관심이 있고 나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br>수 백명의 시위대는 "이것은 자살이 아니다. 국가가 살인 가해자다"라며 "피는 복수를 찾아 흐를 것이다"고 외쳤다.

'돈 안내' 그룹의 바실리스 파파도풀로스 대변인은 "약사 정도면 퇴직 후 연금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어야하는데, 자살까지 한 것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며 "이 사태는 그리스의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와해됐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br>그리스는 2010년 5월부터 국제사회의 구제 금융을 받고 있다. 유로존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혹독한 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세금은 올리고 최저임금과 연금을 삭감하는 등 모든 복지 예산을 감축하면서 불황도 깊어지고 대량 해고 사태도 반복되고 있다.<br>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그리스의 전체 근로가능 인구 대상 실업률이 지난 2월을 기준으로 21%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그리스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50.4%였다. 

song6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