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그린란드 강조한 새 왕실 문장 공개…트럼프 의식?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간 칼마르 연합 사라지고 북극곰 부각

덴마크 왕실이 공개한 새로운 왕실 문장. 자치령인 그린란드와 페로 제도를 뜻하는 북극곰과 숫양이 훨씬 더 크게 그려졌다.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가운데 덴마크가 왕실 문장에서 그린란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프레데릭 10세 덴마크 국왕은 덴마크 국가 문장에서 자치령 그린란드와 페로 제도를 강조한 새 왕실 문장을 공개했다.

새로운 왕실 문장에는 각각 그린란드와 페로 제도를 나타내는 북극곰과 숫양이 부각됐다. 이전 왕실 문장에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간 칼마르 연합을 상징하는 세 개의 왕관과 북극곰, 숫양이 한 칸에 함께 그려져 있었는데, 왕관이 사라지고 북극곰과 숫양이 각각 한 칸씩을 차지했다.

왕실 문장은 1819년 이래로 1903년, 1948년, 1972년 등 총 세 번 바뀌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러한 움직임은 그린란드와 덴마크 간의 관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이뤄졌다"고 전했고, 인디펜던트도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장악하려는 의지를 질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에 페이발 공동 창업자이자 스웨덴 특사를 지낸 켄 하우리를 지명하면서 그린란드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켄은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훌륭한 일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9년 재임 시절에도 그린란드에 대한 매입 의사를 내비쳤고 당시 메테 프리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터무니없다"고 반발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덴마크 방문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부친의 개인 전용기를 타고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했다. 그는 "관광객으로 왔다"고 일축했으나, 이번 방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영토에 속한 그린란드는 광물자원, 석유, 천연가스 등이 풍부한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는 유럽과 북미로 이어지는 최단 경로에 위치해 있다. 이에 미국의 탄도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 등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미국은 그린란드에 피투피크 공군기지를 두고 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