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소포'에서 드론까지…갈수록 진화하는 러 '하이브리드 전술'
영국·독일 미군기지서 드론 포착…방산기업 CEO 암살 시도 적발도
"동맹국 단결이 중요…행동하지 않으면 러 전략적 이점 유지할 것"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를 겨냥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과 미국을 겨냥한 러시아의 '회색지대 공격'이 더 대담해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을 소개했다. 하이브리드 전술은 대규모 군사력 사용 대신 공격 주체를 은폐하고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 심리전 등의 수단으로 상대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전술이다. 이 전술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이란, 북한도 활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3년 전 러시아 통제 아래의 선박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무인기)이 목격됐다. 드론은 노르웨이의 유전이나 풍력 발전소 주변을 비행했지만, 노르웨이는 이 드론이 공해상을 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격추할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할 수 있도록 승인하자 3일 뒤 영국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포착됐다. 이 드론은 취미로 날리는 것보다 더 크고 나쁜 기상 상황에도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2월 초에는 유럽의 최대 미군 기지 중 하나인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도 드론이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 드론이 특정 국가의 지원을 받는 정찰 임무에 투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 정부 관계자는 이 드론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하이브리드 전술은 드론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리투아니아에서 발송된 것으로 표시된 소포가 영국과 독일, 폴란드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방 국가와 폴란드 당국은 러시아 군사정보기관(정찰총국)이 캐나다와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기에 폭발물을 심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도 하이브리드전에 자주 등장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몰도바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이란은 자국의 반체제 단체인 '무자헤딘 칼크'의 도피를 받아준 알바니아를 겨냥해 2021년부터 사이버 공격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 인사에 대한 암살 시도나 방화 등도 하이브리드 전술에 포함된다. 지난해 7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보기관은 우크라이나에 수백만 달러의 무기를 판매한 독일의 방산기업 '라인메탈'의 최고경영자(CEO) 아르민 파페르거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적발했다. 6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사제폭탄을 제조하려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중국적자가 검거됐다.
이러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에 대해 제임스 아파투라이 나토 부사무차장보는 "러시아가 전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전술을) 우려할 수준까지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토는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한 기존의 2015년 정책을 대체할 새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아파투라이 부사무차장은 위험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지를 동맹국이 평가할 수 있도록 새 전략이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처음으로 친(親)러시아 하이브리드 공격에 관여한 개인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또 4명의 고위 위원에게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처하는 임무를 맡겼다.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조치가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조치에는 적의 이름을 공개해 망신을 주고, 법적 제재를 부과하고, 정보와 기술 체계를 개선하고,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것 등이 있다.
하이브리드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토 회원국의 단결이 중요하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해 설계되기 때문에 각국은 이에 강경하게 대응하기를 꺼려왔고,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이 더 대담해졌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전직 정보 및 안보 전략가인 찰리 에드워드는 지난해 11월 "나토와 유럽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한, 유럽은 취약한 상태가 계속된다"며 "행동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전략적 이점을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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