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의 선구자' 디자이너 로지타 미쏘니 별세…향년 93세

화려한 색감과 패턴 사용…니트 의류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노브라 런웨이 센세이션 일으킨 장본인이자 레이어드 스타일의 원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패션위크에 디자이너 로지타 미쏘니가 화려한 패턴의 니트웨어를 입고 등장했다. 2017.09.23/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다채로운 색감과 패턴을 사용해 니트 스타일을 선도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로지타 미쏘니가 9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 '미쏘니'는 성명을 통해 로지타가 "2025년 1월 1일,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이탈리아 및 국제 패션계의 선구적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주 지사는 BBC에 "이탈리아와 롬바르디아, 그리고 그가 태어나고 살아온 바레세 지방에 큰 상실"이라고 애도했다.

섬유 사업가 집안 출신인 로지타는 1953년 육상선수 출신 남편 오타비오와 함께 이탈리아 북부에서 미쏘니를 창립했다.

미쏘니는 니트로 지그재그 모양 등 기하학적 패턴과 줄무늬로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특히 여러 겹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스타일'의 표준을 마련해 패션계에 족적을 남겼다.

뉴욕타임스의 패션 평론가 버나딘 모리스는 1979년 미쏘니가 "니트 의류를 예술의 한 형태로 끌어올렸다"고 극찬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국 모델 신현지가 미쏘니 2024 FW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2024.02.2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미쏘니의 첫 번째 쇼는 1966년 밀라노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피렌체 런웨이에서 '브래지어 전쟁'이라 불리는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로지타는 무대가 시작되기 전, 모델이 입고 있는 속옷이 비쳐 디자이너가 의도한 색상과 패턴 효과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모델들에게 브래지어를 벗으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시작된 런웨이는 노브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일을 발단으로 그다음 해 피렌체 런웨이에는 초대받지 못했지만 보그·엘르·마리끌레르 등 유명 패션 잡지의 표지를 석권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밀라노가 피렌체와 로마에 이어 패션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미쏘니는 홈 컬렉션과 호텔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패션위크에서 모델이 미쏘니 2023~2024 FW 시즌 의상을 입고 무대 위를 걷고 있다. 2023.02.25/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사업적으로 성공한 미쏘니 부부는 2013년, 장남 비토리아가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남편 오타비오는 사고를 다 수습하기도 전에 92세의 나이로 아들을 따라갔다.

현재 브랜드는 딸 안젤라가 이끌고 있다. 로지타는 1990년대 여성복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다가 미쏘니 홈으로 자리를 옮겨 일했다. 그는 80대가 되어서도 미쏘니 공장 근처 집에서 손님들을 꾸준히 맞이했다.

미쏘니는 2023년, 매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영국의 금융 명문가 로스차일드를 재정 고문으로 선정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강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은 범죄자 신창원이 미쏘니의 모조품 티셔츠를 입고 포토라인에 서 화제가 됐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