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헝가리에 '부패'를 이유로 1조 6000억 자금 지원 첫 거부

공공조달 투명성·규정 위반 혐의로 동결된 28조 원 중 1차분 거부
오르반 총리 "그 돈은 우리것…다양한 수단·방법으로 빼앗으려 해"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3.09.2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유럽연합(EU)이 회원국 헝가리에 대해 부패 등의 이유로 10억 4000만 유로(약 1조 6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EU가 회원국에 대한 자금 지원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동결 상태인 헝가리에 대한 자금 지원 총 190억 유로(약 28조 원)의 1차분인 10억 4000만 유로가 2024년부로 만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헝가리는 이 자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EU는 2022년부터 공공 조달에서의 통제 및 투명성 부족과 규정 위반 혐의로 헝가리에 대해 조건부 자금 지원 절차를 진행해 왔다. 헝가리는 일부 개혁 조치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190억 유로가 동결된 상태다.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가 부패, 정치자금 조달, 이해 충돌과 언론의 독립성 등에서 EU의 민주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2018년 9월에는 헝가리가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위반한 EU 회원국을 제재하는 '제7조' 절차의 대상이 됐다. 이 절차의 대상이 된 회원국은 EU 이사회에서 투표권이 정지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그들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헝가리인들의 돈을 빼앗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EU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했다. EU 예산이 통과되려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해 헝가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예산안이 통과될 수 없다. 실제로 2023년 헝가리는 27개 회원국 중 홀로 거부권을 행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6조 원) 예산 지원을 무산시킨 적이 있다.

우파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한 이후 다른 EU 회원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러시아에 치우쳤다는 비판과 함께 독재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는 친인척이나 후원자에 이권을 줬다는 의혹도 받았으며, 난민을 독(毒)이라고 부르는 등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도 펴 왔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4%에 달하는 등의 경제적 성과를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 침체로 그는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여당 지지율이 야당에 뒤처지는 등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시간이 없다"며 2026년 봄에 예정된 총선을 앞당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