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유럽 가는 러시아 가스관 봉쇄…"전쟁 자금 조달 약화"[딥포커스]
"러시아 가스 판매 수익 1년간 약 10조원 감소"
"EU, 미리 대체 공급원 준비…영향 미미할 듯"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 서비스를 1일(현지시간)부터 중단하며 러시아산 대(對)유럽 가스 공급도 멈췄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과 지난 2019년 체결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 5년 사용 계약은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 왔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해 3월 "우리는 (가스) 운송을 계속하기 위해 침략국과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스 운송 시스템 사용에 관한 '플랜 B'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대유럽 수출 가스관은 현재 6개다. 이 중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은 '소유즈'(1980년 가동/2750㎞)와 '우렌고이-포마리-우즈고로드 가스관'(1984년 가동/4451㎞) 등 2개다. 가스는 우크라이나를 지나 주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및 기타 동유럽 국가로 이동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러시아에 제재를 가해 왔는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가스 공급 계약을 중단하며 러시아의 핵심 수출원인 가스 수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은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대한 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하고 유럽에서 에너지를 지렛대로 사용하는 러시아의 능력을 제한하고자 한다"며 "분석가들은 파이프라인 폐쇄로 인해 러시아의 가스 판매 수익이 연간 약 65억 달러(약 9조56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결정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NYT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나, 이제는 이를 보호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
러시아는 지난 2021년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45%를 책임졌으나, 2022년 개전 이후 그 비중은 8%까지 크게 줄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의 약 40%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왔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아거스 미디어의 유럽 가스 가격 책임자인 나타샤 필딩은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같은 국가에 대체 가스 공급을 받는 데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스트리아는 대체 공급원을 찾았다는 입장이지만, 친(親)러 성향의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등은 여전히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가스 운송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보복으로 전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다만 현재 EU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10% 아래에 머물고 있다는 점, 흑해 해저에 설치된 투르크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은 계속된다는 점 등으로 이번 조처가 EU 가스 가격 상승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 기후 및 자원 부문 책책임자인 헤닝로이슈타인은 CNN에 "EU 수입업체가 오랫동안 이 시나리오에 대비해 왔기 때문에 이전 러시아 공급 감축 때 보였던 것과 같은 큰 가격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위원회 대변인도 CNN에 "유럽 가스 인프라는 러시아가 아닌 가스를 대체 경로를 통해 중부 및 동부 유럽에 공급할 만큼 유연하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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