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뒤숭숭한 독일…대통령 "증오와 폭력에 지지 말자" 연설

극우 성향 사우디 의사의 범행에 안보와 이민 문제 논쟁
극우 AfD '애초에 그가 이민 왔기에 비극 일어난 것' 주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독일 대통령이 성탄절을 앞두고 24일(현지시간) "폭력과 증오가 최종 결정권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면서 국민들의 단합을 강조했다. 독일은 최근 동부 도시 마그데부르크의 한 크리스마스마켓에 차량이 돌진해 5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하는 참사를 겪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테러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연례 크리스마스 연설에서 이같이 단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며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마그데부르크에서 일어난 일로 고통, 공포, 당황스러움"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오와 폭력이 최종 결정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를 분열시키지 말자"고 촉구했다.

독일에는 크리스마스마켓 테러가 사우디 출신 의사가 벌인 것이 알려지면서 안보와 이민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마그데부르크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집회를 연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당시 집회에서 한 연사는 독일이 "국경을 폐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fD의 반이민 집회가 열리는 현장 근처에서는 "증오에 기회를 주지 말라"는 모토 아래 반극단주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연설에서 독일에 "정치에 대한 많은 불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차량 테러를 일으킨 사우디 의사 탈렙 알 압둘모흐센(50)의 범죄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압둘모흐센은 자신이 작성한 많은 온라인 게시물에서 강력한 반 이슬람 입장, 독일 당국에 대한 분노, 유럽의 "이슬람화"를 우려하면서 극우 음모론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번 공격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일어나 선거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극우 정당인 AfD는 알둘모흐센이 극우 지지자라는 점이 알려졌지만 그가 애초에 사우디에서 독일로 이민을 오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이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