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 푸틴 "러, 내 덕에 심연에서 벗어나"…서방엔 미사일 대결 제안(종합)

북한 관련 언급은 없어

1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4.12.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김예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4시간여 동안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대화 신호를 발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언제 그를 만날지 모르겠다. 그는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서도 "나는 4년 넘게 그와 대화하지 않았으나, 물론 언제든지 그럴(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하게 된다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러시아는 협상과 타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내 덕에 러시아 심연 가장자리서 벗어나"

푸틴은 영국 BBC 방송으로부터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부탁대로 러시아를 잘 돌봤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러시아를 지켰을 뿐 아니라 러시아를 심연의 가장자리로부터 벗어나게 했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국가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또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까지 갈 수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우려스럽다"며 물가 문제를 인정했다.

푸틴은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영국을 훨씬 능가한다면서 "영국이 우리와 협력하길 바란다면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고, 그런 협력이 없어도 러시아는 영국 없이 잘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42층 리더스 타워 빌당 벽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9일 연말 기자회견을 알리는 영상이 보인다, 2024.12.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오레시니크 요격해 보라며 서방 향해 '미사일 대결' 제안

또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국의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오레시니크를 격추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불필요하게 비용이 많이 들고 안보를 보장하는 데 효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오레시니크의 성능을 의심한다면 직접 대결을 해보자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파괴 대상을 선택하고 그곳에 방공군을 집중시켜 공격을 요격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매일 요충지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씀드려야겠다"며 "전선 전체에 걸쳐 매일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전투기들은 매일 평방 킬로미터씩 영토를 되찾고 있다"며 "전투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기 어렵고 무의미하다. 하지만 우리는 특별 군사 작전 초기에 설명한 주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정권이 붕괴된 뒤 러시아 모스크바로 망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4.12.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시리아 아사드 정권 축출, 러시아 패배 아냐

이 밖에도 푸틴 대통령은 최근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것과 관련해 러시아의 패배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당신들은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일종의 실패, 러시아의 패배로 묘사하고 싶어 한다"며 "나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10년 전 시리아에 테러리스트의 거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전반적으로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에 온 이후로 아직 만나지 못했으나, 만날 계획"이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취임 이후 매년 12월마다 연례 기자회견을 열어 왔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던 해에만 기자회견을 취소한 바 있다.

한편 푸틴은 이날 북한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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