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왕자 친구 中간첩 의혹에 발칵 뒤집힌 영국…정부도 "걱정돼"
입국 금지 판결 후 실명 보도…총리·야당 의원 "중국 도전 우려"
"빙산의 일각 아니냐" 우려에 정부 "잘 대응하고 있다"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동생 앤드루 왕자(64)가 중국 간첩이라는 의심을 받는 사업가와 친밀한 관계인 것이 점차 알려지면서 영국 정부와 의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주말 영국 언론들은 앤드루 왕자와 간첩 의혹 인물인 양텅보(50)의 관계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키어 스타머 총리는 16일 이 사건 관련해 "우리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인 보수당의 던컨 스미스 의원은 양 씨의 사건이 "영국 내 중국의 간첩 활동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영국 법원은 양 씨의 입국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판결문에서 그가 ‘48클럽’의 명예 회원이었다고 밝혔다. ‘48 클럽’은 영국과 중국 간 무역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런던에 있는 저명한 영국 지도자와 정치인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양 씨가 접촉한 인물 중에는 전 총리들인 데이비드 캐머런과 테리사 메이도 있었는데, 특히 앤드루 왕자는 ‘가까운 친구’로 묘사됐다. 영국 당국은 앤드루 왕자의 수석 고문인 도미니크 햄프셔가 쓴 편지를 발견했는데 여기에는 양 씨가 왕자를 대신해 중국의 잠재적 투자자들과의 거래에서 행동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법원의 판결문에는 영국 내무부가 양 씨를 추방하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 증거 일부도 포함됐다. 양 씨가 통일전선부 등 중국 당국과 연결돼 있음을 나타내는 디지털 정보였다.
당초 양 씨는 2021년부터 입국에 제동이 걸렸고, 지난해 2월 베이징에서 돌아오는 도중 런던행 항공편에서 추방 명령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양 씨는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양 씨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은 채 'H6'라는 가명으로만 알려졌다가 지난 12일 소송에서 지고 15일 이름 등 신원이 공개되면서 언론이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스타머 총리는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접근 방식은 특히 기후 변화처럼 협력이 필요한 곳에 협력하고, 우리가 해야만 하는 도전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의원의 '빙산의 일각' 발언에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은 위협을 가하는 개인들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위협을 인식하고 중국 정부에 이를 제기했으며 필요할 때마다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진공 상태에서 존재한 것이 아니라면서 영국이 자국에 "위협을 가하는 테러리즘과 중국과 이란, 러시아를 포함한 그런 나라들과 함께 있는 복잡한 위협 환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 씨는 자신에 대한 간첩 의혹이 터무니없다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좋고 중국 투자가 필요하면 나는 영국에서 환영받았고 관계가 나빠져 (영국 정부가) 반중 입장이 되면 나는 제외된다"고 비난했다. 앤드루 왕자 측은 "왕자가 공식 채널을 통해 해당 개인을 만났으며 민감한 성격의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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