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 정치에 축출된 프랑스 바르니에 총리…마크롱에 사표

예산안 반대하는 야권과 부딪혀…불신임안 투표서 패배
"프랑스, 정치적 불안정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회에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 앞서 넥타이를 고쳐 메고 있다. 2024.12.04/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권영미 기자 = 프랑스 하원의 불신임안이 가결된 후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르니에 총리는 이날 오전 9시쯤 엘리제궁에 도착했다. 프랑스 헌법상 총리는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표가 수리되면 바르니에 총리는 프랑스 최단임 총리로 기록된다. 지난 9월 취임 후 91일 만에 사퇴하게 된 바르니에 총리는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관리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례적으로 빠른 퇴진은 지난 7월 실시된 조기 총선 이후 "과반 의석수를 차지한 정치 세력이 없는 가운데, 극우 세력이 의회를 공전 시킨 결과"라고 AFP는 진단했다.

현재 프랑스 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은 마린 르펜의 극우 국민연합(RN)이다.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한 세력도 RN과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였다. 불신임안은 하원에서 찬성 331 대 반대 243으로 가결됐다.

바르니에 총리를 사퇴로 몰아넣은 원인은 예산안이다. 바르니에 내각이 제출한 예산 법안에는 600억 유로(약 89조3000억원)의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이 포함되어 있으며, 적자를 올해 6.1%에서 2025년 경제 생산량의 5%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지출 삭감 및 세금 인상을 꺼리는 여론을 감안한 야당은 예산안을 반대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바르니에 총리가 물러남에 따라 예산안은 취소됐고, 신임 총리가 크리스마스 전까지 새 예산안을 서둘러 승인하지 않는 한 현재 예산안이 내년으로 자동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예산안이 엎어졌지만 프랑스에서는 교통·교육 등 공공 서비스 전반에 걸친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ING이코노믹스는 "프랑스는 아마 2025년 예산안이 없을 것"이라며 "프랑스가 정치적 불안정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예측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임명된 다섯 번째 총리다. 전임자들 모두 재임 기간이 짧은 편이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