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충돌 격화…'친러 대 친서방' 대리전 양상 눈길

'친러 총리 대 친서방 대통령'…부정선거 의혹·EU 가입 문제 겹쳐
미·EU, 시위대에 '과도한 무력' 옳지 않아…러 "우크라 길 가나"

29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결정 연기에 반발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2024.11.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조지아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의 여당이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날이 갈수록 조지아 내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친서방 성향의 현직 대통령(무소속)은 여당을 인정하지 않고 임기가 끝나더라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1일(현지시간) 현재 미국과 EU, 러시아는 각자의 대리전이 된 조지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월 말 치러진 조지아 총선에서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이 승리한 뒤 부정선거 시비가 확산하면서 시작됐다.

친서방 성향 야당들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고 국제 선거감시 단체도 심각한 위법 행위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도 "야당과 마찬가지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조지아의 꿈은 그러나 이런 움직임을 일축하고 조지아의 꿈 대표인 이라클리 코바히제 총리를 연임 총리로 추대했다.

코바히제 총리는 이후 EU가 조지아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EU 가입 문제를 국정 의제에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EU 가입 추진은 조지아의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만큼 부정선거 의혹에 EU 가입 절차 중단 발표까지 이어지면서 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불러오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최근 수도 트빌리시에서 벌어진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대응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조지아의 꿈에 반발해 11월 30일 "임기가 끝나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 조지아의 마지막 대통령으로, 이후 대통령은 의회가 지명한다.

그는 새 의회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만큼 후임자를 지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EU는 조지아가 친서방 노선에서 벗어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위대를 향한 과도한 무력 사용도 옳지 않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렘 메시지를 통해 "조지아에서 혁명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지아가 우크라이나의 길을 따라 어두운 심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보통 이런 종류의 일은 매우 나쁘게 끝난다"고 말했다.

코바히제 총리는 미국 등의 우려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조지아) 경찰은 미국과 유럽보다 높은 수준으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조 바이든 현 행정부)이 조지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한 데 있어서도 "일시적 사건으로, 1월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새 행정부와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