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나토 가입시 영토 수복 없이도 휴전 협상' 시사
"푸틴이 더 이상 우크라 영토 빼앗으려 하지 않도록 휴전 필요"
나토의 "즉각적 보호" 강조…빼앗긴 영토는 "외교적으로" 수복 노력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국 영토를 바로 수복하지 못하더라도 휴전 협상을 맺을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텁에서 "전쟁의 격렬한 단계(hot phase)를 멈추려면 우리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 산하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우크라이나는 외교적으로 영토의 다른 부분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 영토를 빼앗으려 하지 않도록"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나토가 우크라이나 통제하에 있는 지역을 "즉각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우크라이나가 실질적으로 확보한 영토가 나토 산하에 들어가게 되면 제5조 집단방위 조항 등 동맹국의 실질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초 그는 올해 초 어떤 평화 협정(휴전 협상)에서도 자국 영토와 주권을 양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승리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3년 가까이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휴전 논의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바이든 정권의 원조를 비판해 왔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나는 그와 직접 일하고 싶다"며 "그의 주변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누구도 우리의 소통을 파괴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와 생각을 공유하고 싶고, 그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해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의 직접적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두 사람의 통화는 지난 9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이뤄졌다. 그는 통화가 "매우 따뜻하고, 좋았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이제 몇 번의 만남을 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러시아는 2014년 합병한 크름 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령하고 있다. 또 도네츠크·헤르손·루한시크·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해당 지역들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상을 원한다면 나토에 가입하려는 야망을 포기하라고 한 바 있다.
최근 러시아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이전 및 장거리 미사일 타격을 허용하자 이에 맞춰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드니프로에 신형 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승인하는가 하면 수도 키이우의 정부 목표물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전장에서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서방 지도자들과 연이어 전화 통화를 가졌다.
동시에 그는 러시아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부분적 군 지휘부 인사를 단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신임 육군 사령관직에 미하일로 드라파티 하르키우 전선 책임자를, 군 총사령관의 부사령관직에 오레흐 아포스톨 대령 95 공수여단장을 임명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은 "이번 인사는 우리 군을 강화하고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며 새로운 관리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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