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EU 가입 협상 중단에 대규모 시위…43명 체포
주한 조지아 대사 등 외교관들도 반발…"어느 때보다 EU 필요해"
EU 특사 "유감이며 가슴 아파…대다수 국민 뜻에도 반해"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조지아가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중단하자 이에 반발한 국민들이 주도한 시위에서 수십 명이 체포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지아 내무부는 29일(현지시간) 시위대 43명이 체포됐고 경찰관 3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시위대 일부는 가면을 썼으며 수도 트빌리시 의회 밖의 금속 장벽을 부수려고 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물대포와 최루탄, 페퍼 스프레이를 뿌렸다.
제1야당인 '변화를 위한 연합'은 이날 시위에서 여성 지도자 2명이 시위 도중 경찰의 공격을 받아 손과 코를 다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위를 다시 벌일 것을 촉구했다.
100명 이상의 조지아 외교관들도 EU 가입 협상 중단을 비판하는 서한에 서명하면서 이 결정은 EU 가입을 추진한다는 조지아의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타라쉬 파파스쿠아 주한 조지아 대사는 페이스북에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20%를 계속 점령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 파괴적 전쟁을 일으켰고, 유럽과 민주 세계와 싸우고 국제 안보를 위협한다"며 "우리는 어느 때보다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필요하다"고 이번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오타르 베르드제니쉬빌리 불가리아 주재 조지아 대사도 X(옛 트위터)에서 이번 결정이 나온 이후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웰 헤르친스키 조지아 주재 EU 특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가슴 아픈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제 일어난 일은 조지아 이전 정부, 사실 모든 이전 정부의 정책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며, 조지아 대다수 국민의 뜻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지아인의 79%가 EU 가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조지아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 소속의 이라클리 코바히제 총리는 28일 EU가 조지아를 협박하고 있다며 2028년 말까지 EU 가입 협상 개시를 국정 의제에 올리지 않고 EU 예산 보조금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친러시아 성향의 조지아의 꿈은 2012년 치러진 총선부터 계속 승리했고 2017년 의원내각제 개헌을 단행해 지금까지 집권해 오고 있다. 지난 5월 조지아의 꿈은 '외부 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외국인 대리법'이 통과시켰다. 이 법은 러시아 정부가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도입한 법과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로 인해 일부 조지아 관리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 10월 총선에서 조지아의 꿈은 다시 한번 승리했으나,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 트빌리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에 유럽 의회는 28일 총선 결과 인정을 보류하고 조지아의 꿈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기로 결정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남오세티야 지역의 지배권을 잃는 등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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