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러 파병, 한국만의 문제 아냐…아일랜드는 우크라 포기 안 해"[대사에게 듣는다]

미쉘 윈트럽 대사 "양파 같은 한국…난 작가 한강의 팬"
"성소수자 포용 등 사회적 변화, 경제적으로 영향 줄 것"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김지완 기자 = "북한군 파병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을 돕기 위해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역학 관계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그래서) 아일랜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의 이 끔찍한 행위를 규탄하는 데 매우 강력하게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윈트럽 대사는 이날을 기준으로 29일 치러지는 아일랜드 총선을 거론하며 "선거 후 아일랜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포기할지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답은 '아니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윈트럽 대사는 "이 전쟁은 세계사의 진정한 전환점"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우리와 함께 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2022년 8월에 부임해 한국에 온 지 2년이 넘어가는 윈트럽 대사는 "한국은 양파 같다"고 평했다. 한국의 새로운 점들을 계속해서 접하고 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올해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팬이자 K-드라마 중에서는 '더 글로리'를 인상 깊게 봤다고 밝혔다.

윈트럽 대사는 한국이 이민, 성소수자와 같은 이들을 좀 더 포용하는 '사회적 변화'를 진행시킨다면 경제적으로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아일랜드산 소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아래는 윈트럽 대사와의 일문일답.

-한국에서 계셨던 2년여는 어땠나.

▶나는 항상 한국을 양파 같다고 말한다. 한 껍질을 벗겨내면 내가 이걸 알아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껍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양파의 껍질을 벗겨가며 한국을 조금씩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지난해 한국과 아일랜드는 수교 40주년을 맞았다. 양국 관계의 현주소는 어떤가.

▶우리는 좋은 위치에 있다. 특히 오랫동안 소고기 시장 접근을 요청해왔는데 이제 최종 결정이 났다. 우리의 무역 및 경제 관계는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팬데믹(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성장했는데 이는 놀라운 일이었다. 한국과 아일랜드 간 교역은 상품 교역도 있지만 서비스 교역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교육 분야 종사자 등 인적 교류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서로의 문학과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에 많은 아일랜드 뮤지션들이 내한했고 아일랜드 작가들이 문학 축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지난해 수교 40주년을 맞아 아일랜드 총리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한국과 아일랜드는 인권과 개방 무역, 평화와 핵군축 등 가치관만이 아니라 이해관계 측면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한국과 아일랜드 모두 미중 관계(로 인한 영향)에 노출된 입장에 놓여 있다. 이처럼 우리는 공통점이 많고 오랜 전통이 있으며 함께 일하고 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더 이상 미해결 이슈는 없다. 앞으로는 양국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일랜드산 소고기가 올해 9월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 발생 보고로 수입 검역이 중단됐다. 현 진행 상황은 어떤가. (*인터뷰 후 29일부터 검역이 재개됐다)

▶우리는 동물 간에 전파되지 않는 BSE 한 건에 직면해 있다. 이는 일종의 딸꾹질 같은 것이라고 본다. 소 한 마리가 자연사한 사례인데, 먹이사슬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아마 노령으로 죽은 듯하다. 많은 국가들이 그렇게 하지 않지만 우리는 죽은 동물도 검사하고 있으며, 이는 아일랜드의 시스템 수준이 어떠한지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BSE가 발생했다고 큰 우려 없이 공개할 수 있는 점도 우리 시스템의 투명성을 말해준다.

아직 해야 할 서류 작업이 남아있지만 거의 다 끝났다.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됐기 때문에 검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올해 말까지 재개되는 것이 내 희망이다. 이제 서류 몇 장만 주고받으면 된다. 업계에서는 몇 달 정도는 더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오래 (한국의 수입을) 기다려왔다.

한국의 소비자와 파트너들이 이 상황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오히려 아일랜드의 시스템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봐줬으면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해도 신고하지 않는 국가가 많다.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은 아일랜드 소고기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품질 관리, 안전, 산업의 무결성 측면에서 소고기 부문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크라전을 돕기 위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한 양국 협력 상황은.

▶우리는 한반도의 모든 안보 문제에 대해 한국과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도 항상 긴밀히 협력해 왔다. 우리는 특히 제네바와 뉴욕 등 유엔에서 긴밀히 협력했다.

북한군 파병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에도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역학 관계는 매우 우려스럽다. 아일랜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의 이 끔찍한 행위를 규탄하는 데 매우 강력하게 나서고 있다. 아일랜드는 군사적으로는 중립적이지만 이 문제에 있어 정치적으로는 중립적이지 않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며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키이우 의회에서 연설을 갖고 "북한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10.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아일랜드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시각을 좀 더 소개해준다면.

▶항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날이 바로 우리가 침략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 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아일랜드는 우크라이나에 비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엄청난 수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금요일(29일)에 아일랜드에서 총선이 있는데, 정치인들이 모든 것에 대해 논쟁을 벌이면서도 그 대상이 되지 않는 한 가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지다. 이러한 지지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해 이뤄지고 있다. 선거 이후 아일랜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포기할지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간단한 대답은 '아니오'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우리 세계사의 진정한 전환점이다. 만약 우리가 러시아의 이 전쟁을 받아들인다면, 그들이 하는 일을 받아들인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나.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시기이며, 우리 모두는 이 문제에 있어서 단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 (북한의 위협을 받는) 한국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라 세계가 다방면에서 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아일랜드는 '트럼프 재집권' 시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총선에서 아일랜드 국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할 수 없어 내가 이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트럼프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정확히 같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모든 것을 허물고 다시 세우고 싶어 하지만 미국 시스템에는 견제와 균형이 있기 때문에 특정 조치가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미국과 매우 강력한 (연방)정부 대 정부 관계를 맺고 있으나 개별 주(州)와도 매우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의 유럽연합(EU)팀 일원이었는데, 당시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4년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몇 진보적인 주에서는 기후 문제와 관련해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었다.

또 우리가 미국과의 무역에 많이 의존하고 미국의 외국인 직접투자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양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조치를 두고 미국 한편에서는 '이렇게 하면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어찌됐든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면적인 무역 전쟁, 관세 전쟁이다. 다만 EU는 인구 3억 명이 넘는 거대한 시장이다. 우리는 또한 동쪽의 무역 파트너를 바라볼 것이다. 한국은 그 점에서 정말 중요한 파트너이다.

-아일랜드의 1인 기준 GDP가 한화로 1억여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90년대 이후 급속히 성장했다는 평을 받는데 그 저력의 배경은 어디에 있나.

▶사람에 집중한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바이오, 제약, IT, 인공지능(AI), 농업 등 투자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강화했다. 인재를 영입하고 데려오는 일에도 매우 전략적으로 대응해왔고 이에 따라 실제로 아일랜드에서는 매우 우수한 자격을 갖춘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왔다. 이민의 초점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할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책의 안정성이다. 한국과 공통점이 많은 부분인데, 정부와 정당이 여러 논쟁을 벌이지만 아일랜드가 계속 성공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경제 모델은 정치적 차원에서 크게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정치적 안정성, 투자 안정성과 같은 것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가 매우 낮아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도 받곤 하는데, 물론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법인세에 끌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력, 인프라, EU라는 단일 시장에 대한 접근성 등의 이유 때문에 머무른다는 점을 알게 됐다. 법인세 문제가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의 (투자 유치를 위한) 전반적 조건은 충분하다.

-아일랜드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오로라로도 유명해 한국 관광객들이 다수 찾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직항편 신설과 같이 한국과 관광 분야에 있어 논의하는 부분이 있나.

▶아일랜드에서 관광은 거대하고 정말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직항편이 없다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다. 한국에서 관광 목적지로서 아일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직항편이 없다는 점이 어려운 점이다. 논의가 시작되고 있지만 내가 그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내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많은 한국인들이 골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아일랜드에는 세계 최고의 골프 코스가 있다. 그래서 나는 골프를 홍보하는 데 매우 열성적이다. 2027년에는 아일랜드에서 골프계에서 큰 의미를 갖는 라이더컵이 열린다. 라이더컵을 통해 더 많은 한국인들이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코스 등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

아일랜드로 오라! 아일랜드에는 아름답고 멋진 음악, 멋진 음식, 아름다운 경치가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모든 것이 쉽고 친근한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일랜드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정한 친절함이 있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비치된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간판. 2024.10.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인상 깊은 K-문화가 있나. 아일랜드인들이 바라보는 K-문화에 대한 시각도 궁금하다.

▶나는 사실 케이팝(K-POP)의 팬은 아니다. 아일랜드에는 가수 웨스트라이프(Westlife) 등이 들려주는 다른 활기찬 음악들이 많다. 다만 9살인 내 딸은 가수 로제의 '아파트' 등 케이팝을 좋아하고 아일랜드에 있는 내 딸의 친구들도 모두 팬인 것 같다. 내가 심술궂은 할머니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한국 음식은 확실히 인기가 많고 아일랜드 젊은이들이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나는 '한국적인 경험'이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다고 생각하고 한국인으로서의 경험과 삶, 한국의 역사와 유산 등에 대한 문화 콘텐츠가 가장 강력하다고 본다. 아일랜드와 한국은 가족, 음식, 분단된 국토, 갈등의 역사 등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 케이팝의 경우 그런 요소는 작은 듯하다.

하지만 나는 한국 문학의 가장 큰 팬이다. K-문학을 정말 좋아하고 한강 작가의 세계 최대 팬이고 그녀를 사랑한다. 한국 현대 문학 같은 'K-글쓰기'를 정말 좋아한다. 아일랜드에서도 한국 문학은 확실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K-드라마를 좋아하듯이 나도 K-드라마를 좋아한다. 다만 어두운 작품을 좋아한다. '더 글로리'가 특히 좋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일랜드의 경제적 변화에는 성평등, 성소수자 포용, 이민 포용과 같은 사회적 변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사회적 진전이 아일랜드 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아일랜드는 외국인과 동성애자들에게 친절하고 수용적이며, 아일랜드의 직장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는 충분히 편하다.

한국에서도 출산율, 성소수자 등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한처럼 고립된 나라가 아니라면 글로벌화된 개방 경제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사회 발전이 없이는 경제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아일랜드는 과거 가톨릭 국가였고 그 영향력이 강했지만 이것이 더 이상 사회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핑크 파운드'(영국의 동성애자 시장)가 포용적 접근 방식에 따른 경제적 이점을 보여주고 있고, 아일랜드 또한 '성 패트릭의 날'(기독교 축일)보다 '프라이드 퍼레이드'(성소수자 축제) 때 기업들이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한다.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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