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총재 "트럼프 관세에 보복 아닌 협상해야"…美 무기·가스 구매 촉구

"재정적 유인책으로 대응해야…보복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
美관세로 인한 중국산 수입품 증가 가능성에 대응 강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유럽 국가들이 벌써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닥칠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8일(현지시간)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에 "보복이 아니라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재정적 유인책'(cheque-book)으로 트럼프 2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미국산 액화 천연가스(LNG)와 방위 장비 등을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순수한 보복 전략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라며 "보복은 승자가 없는 끝없는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전 세계적인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슬로건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겨냥해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는데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수출품과 LNG 및 무기에 대한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EU는 미국 기업들이 공동 군사 조달을 지원하는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국에 대한 무역 및 지정학적 정책에 대해서도 미국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024년 동안 트럼프 2기에 대한 대응 방법을 두고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며 "미국 대선 결과를 이용해 경쟁국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제에 절실히 필요한 변화를 촉진하는 것도 유럽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뒤처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 따라잡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이 급증할 것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의 덤핑은 중국과 EU 간 긴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침체에 시달려 온 지역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에 라가르드 총재는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경로 변경 시나리오'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의 관세로 인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영향에 대해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순 인플레이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과 적용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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