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개 공포증 있는데 푸틴이 대형견 풀어놔…그 상황 즐기더라"

메르켈 회고록 '자유'서 2007년 정상회담 뒷이야기 공개
푸틴 "메르켈 개 무서워하는지 몰랐다" 해명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왼쪽)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소치에서 회의를 마치고 대화하던 중 푸틴 대통령의 반려견 코니를 바라보고 있다. 2007.01.21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과거 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반려견을 이용해 자신을 겁주려 했다고 전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신간 회고록 '자유'에서 2006년과 2007년 푸틴을 만났을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메르켈 총리는 개를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이 평소 외국 손님들과의 만남에 자신의 반려견 '코니'를 데려오는 것을 알았던 메르켈 전 총리는 2006년 모스크바 회담에 반려견을 데려오지 말 것을 푸틴 측에 요청했다.

모스크바 회담 당일 푸틴은 자신이 메르켈의 요청을 존중했다고 말하면서 코니를 데려오지 않았다. 푸틴은 메르켈에게 선물로 개 봉제 인형을 선물했고, 인형은 물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2007년 러시아 소치에서 벌어졌다. 당시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는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코니가 등장했고,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제지 없이 방을 돌아다녔다. 코니는 메르켈에게 다가갔고, 메르켈은 눈에 띄게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메르켈은 회고록에 "개가 내 바로 옆에서 어느 정도 움직이고 있음에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며 "나는 푸틴 대통령의 표정을 그가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고 썼다.

이어 "그는 사람이 괴로워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던 걸까?"라고 자문하며 "나는 '침착하자. 사진기자들에게 집중하자. 곧 지나갈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푸틴은 이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메르켈 총리의 개 공포증을 몰랐다고 발뺌한 바 있다. 그는 "메르켈이 개를 무서워하는 줄 몰랐다"며 "알았더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가 다시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절대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며 메르켈에게 "저를 용서해달라. 저는 당신에게 어떤 고통도 끼치고 싶지 않았다"고 사과했다고 부연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