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 못 사"…英, 강력 금연법으로 '비흡연세대' 만든다
전자담배 광고 금지 및 포장재 사용 검토…전자담배 판매 라이선스 도입
놀이터 및 학교·병원 주변도 금연구역…英 흡연자 매년 12만 7000명 이상 증가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영국이 2009년생부터는 담배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법'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26일(현지시간) '담배 및 전자담배 법안'을 찬성 415명, 반대 47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올해부터 만 15세(2009년생) 이하 청소년들 담배 구매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나이 제한에 그치지 않고 현재 18세로 규정하고 있는 담배 구매 연령도 매년 한 살씩 높여 2009년생 출생자가 앞으로도 담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영국은 이번 법안을 통해 세계 최초로 '금연 세대'를 탄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전자담배의 광고 및 자판기에서의 전자담배 판매도 금지한다.
버스, 영화관, 상점 쇼윈도 등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서 전자담배 광고 및 후원을 전면 금지하고, 자판기에서의 전자담배 판매 및 무료 배포도 중단된다.
일회용 전자담배도 2025년 6월부터 금지되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을 막기 위해 표준화된 전자담배 포장재 사용도 검토될 예정이다.
또한 풍선껌과 솜사탕 같은 달콤한 맛과 향을 내는 전자담배를 제한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담배와 전자담배, 니코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 제도도 도입하고 미성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소매업체엔 200파운드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와 함께 영국은 금연 장소도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은 지난 2007년부터 술집과 직장을 포함한 거의 모든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법안은 정부가 협의를 통해 어린이 놀이터, 학교 및 병원 주변 등 특정 실외 지역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위원회 심사 후 하원의 3독회와 상원 심의를 거쳐 영국 국왕의 승인을 받은 뒤 입법된다.
영국이 이처럼 흡연에 대해 강경한 대응에 나선 배경은 젊은 층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흡연 인구 때문이다.
영국 암 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선 매년 12만 700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정기적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일 18~25세의 성인 약 350명이 매일 흡연을 시작하고 있으며 지난 7월 이후 약 3만 5000명이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 건수도 지난 2003년 이후 17% 증가했다고 영국 보건사회복지부는 전했다.
또한 영국에서 2023년~2024년 압수된 불법 전자담배도 전년 대비 59% 증가해 100만 개가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부 장관은 "전자담배를 피우는 어린이들의 수가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긴급한 개입 없이는 장기적으로 중독된 어린이 세대가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담배 및 전자담배 법안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중독에 갇힌 삶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보호를 제공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이 중요한 법안이 통과되면 금연 세대를 앞당기고 아이들이 담배 중독에 갇혀 평생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라며 "전자담배를 피우는 어린이가 증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담배 및 전자담배 법안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마케팅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강력한 법안으로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로버트 젠릭 보수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사실을 언급하며 "더 많이 교육하고 덜 금지하자. 보모 국가(nanny state)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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