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공개한 신형 IRBM의 정체는?…요격 힘든 '다탄두 탑재' 핵미사일

'RS-26 루베즈의 변형'으로 추정…우크라 "ICBM 가능성 배제 못해"
6개 탄두 요격 영상 포착…일반 미사일보다 요격 어려워

목표물을 타격하는 러시아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 '오레쉬니크'. 2024.11.22.(출처=스프린터 트위터 갈무리)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핵탄두는 물론이고 다탄두 탑재까지 가능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핵 위협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이유에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대한 공습 사실을 전하면서 최신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인 '오레쉬니크'(Oreshnik)를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오레쉬니크의 제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레쉬니크에 대해 러시아의 RS-26 루베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델에 기반한 무기라고 말했다.

RS-26 루베즈는 최대 사정거리가 5500km 정도로 ICBM과 IRBM을 구분하는 경계에 속해 일각에선 IRBM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오레쉬니크도 IRBM으로 추정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에 따라 1000~3000km는 MRBM(준중거리탄도미사일), 3000~5500km는 IRBM, 5500km 이상은 ICBM으로 분류된다.

미들버리 대학 교수이자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 루이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올여름 RS-26 개발을 재개했음을 암시했다는 점 등을 들어 "(오레쉬니크는) RS-26 루베즈 IRBM의 변형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초 ICBM이라고 밝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ICBM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ABC 뉴스에 "(러시아의) 공격이 ICBM이라고 95% 확신하지만 지상에서 미사일 부품을 조사 중이며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레쉬니크의 무서운 점은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와 Kh-101 순항 미사일도 핵탄두 탑재는 가능하지만 MIRV 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주민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4.11.2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MIRV는 비행 중 탄두가 차례로 분리돼 지정된 목표물로 날아가는 기술로 보통 ICBM에 적용되며 최대 14발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이번에 발사된 오레쉬니크에는 핵탄두가 탑재되지 않았으나 각 비행체에는 핵탄두 탑재도 가능해 MIRV를 통해 핵무기 공격을 감행할 경우 요격하기가 어렵다. 이날 드니프로에 떨어진 오레쉬니크를 촬영한 영상엔 6개의 탄두가 떨어지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용에 대응해 오레쉬니크를 사용한 것은 앞서 '개정된 핵 교리'를 승인하면서 핵 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데 이어 다시 한 번 핵위협 수준을 고조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책임자인 톰 카라코는 "폭발 영상은 새로운 무기(오레쉬니크)가 MIRV 탑재 무기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실제로 MIRV라면 여러 목표물을 요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특히 고각으로 매우 빠르게 접근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오슬로 대학의 국방 전문가인 파비안 호프만은 엑스를 통해 "ICBM이든 IRBM이든 사거리보다 MIRV를 탑재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며 이것이 러시아가 이를(오레쉬니크) 선택한 이유"라며 "이러한 탄두는 오직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에만 사용된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