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회고록서 트럼프 언급…"푸틴 등 독재자들에게 매료된 듯"
"트럼프에게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실패"
파리 기후 협정 탈퇴 당시 교황에게 조언 구하기도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최근 회고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가 처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트럼프를 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독일 주간지 디 자이트(Die Zeit)가 21일(현지시간) 일부를 발췌해 게재한 메르켈 전 총리의 회고록에 따르면 메르켈은 2017년 트럼프와의 첫 만남을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는 메르켈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은 "트럼프는 분명히 푸틴에게 매우 매료돼 보였다"며 "이후 몇 년 동안 독재적인 정치인들이 트럼프에게 마법을 건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메르켈은 "트럼프는 감정적으로, 나는 사실적으로, 우리는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닌 것 같았다"며 "그는 대화 상대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만드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메르켈은 트럼프가 모든 것을 부동산 사업가의 관점에서 바라봤다고 평가했다. 메르켈은 "트럼프에게 있어 모든 국가는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며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국가의 실패였다. 그는 협력이 모든 사람을 번영시킬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 기후 협약 탈퇴를 추진할 때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켈은 교황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고 중요한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교황은 내 말을 즉시 이해했고 간단하게 답했다"며 "구부리고, 구부리고, 구부리되 부러지지 않도록 하라"고 메르켈은 적었다.
메르켈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파리 기후 협약 탈퇴, 이란 핵합의 파기,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 등 여러 쟁점을 두고 마찰을 빚어왔다. 2017년 당시 트럼프는 메르켈과의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을 무시하면서 양국 간 소원한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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