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장거리 허용으로 美·위성국들, 전쟁 개입…명백한 대응"(종합)
크렘린궁 "퇴임하는 바이든, 불에 기름 부어 긴장 고조"
러 외무부 "미 전쟁 직접개입, 명백한 대응 있을 것"
- 강민경 기자,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김예슬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미국산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워싱턴의 퇴임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불에 기름을 붓고 긴장을 고조하려 하는 게 틀림없다"며 "이런 결정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전달됐다면 미국의 분쟁 개입이 질적으로 새 국면에 돌입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자국 내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를 타격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참전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당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당시 러시아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내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자살 허가를 내 줬다"며 "아마도 바이든은 잃을 게 없겠지만 유럽 전체가 대규모 긴장 고조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우리 영토를 공격하는 것은 미국과 그 위성 국가들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며 "적절하고 명백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미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미국산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 표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한 미국 관리는 이번 결정 배경과 관련해 "러시아가 수천 명의 북한 병력을 배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약 1만 명을 파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FP는 바이든의 이 같은 결정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던 유럽 동맹국들이 확전을 우려해 입장을 재검토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250㎞인 스톰섀도와 스칼프(SCALP) 미사일을 제공했지만,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관련 문제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우닝가 대변인은 "우리는 구체적인 작전 세부 사항을 제공하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인 불법 전쟁 동안 푸틴에게만 이로울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며 "우리는 항상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지원을 전략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미 유럽 내 친러시아 성향 지도자들은 미국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바이든의 결정은) 평화 회담을 완전히 방해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전례 없는 긴장 고조 행위"라고 일갈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역시 "이 세력(서방)들은 최악의 상황, 즉 우크라이나 내 전쟁을 세계적 규모로 확대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며 쓴소리했다.
아직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를 통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갈등을 반복적으로 고조한 쪽은 러시아라면서 "러시아가 아시아 군대를 유럽 내 분쟁으로 끌어들였다"며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능력을 적절한 시기에 항상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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