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가 실업 완화한다?…英정부 기대에 전문가들 "꿈 깨"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위고비와 오젬픽 같은 비만치료제가 실업을 완화할 것이라고 영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건강 시스템이 과부하 상태로, 약물을 대규모로 투여하기 어려워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영국 보건부 장관 웨스 스트리팅은 최근 텔레그래프에 "많은 사람에게 체중 감량 주사는 삶을 바꿀 수 있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되며, 국민건강보험(NHS)에 대한 수요를 완화할 것"이라고 썼다. 스트리팅 장관은 비만이 영국 의료 서비스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비만 때문에 매년 평균 4일의 병가를 내기 때문에 경제에도 타격을 준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실직자들 구직을 돕기 위한 비만치료제 시험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문자로 같은 약물의 5년 임상 시험에 자금도 지원하고 이 임상 시험을 통해 참가자의 삶의 질과 고용 상태의 변화, 병가 사용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건강 전문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건강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가 비만의 해결책이라는 생각은 완전한 환상이다"고 지적했다. 비만 인구가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약의 처방은 의료적 목적이어야지 고용 증가를 위해 실업자에게 비만 치료제를 처방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2022년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최소 29%가 비만이고, 2~15세 아동의 15%도 비만이다. 한 비만 대책 단체에 따르면 현재 과체중으로 생활하는 약 410만 명이 위고비를 영국 국가 의료 시스템에서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한다. 하지만 영국 의료보험 자금 부족과 인력 부족으로 매년 5만명 미만이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다. 정부는 향후 3년간 최대 25만명이 비만치료제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비만 대책 단체는 자금 지원 계획이 불분명하다고 재차 지적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인구 건강 연구 교수인 마틴 화이트에 따르면, 비만치료제의 핵심 문제는 비만의 "원인이 아닌 증상"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만은 원인과 증상 둘 다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이트 교수는 비만은 일종의 사회 문제인데 의료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만율의 급격한 증가는 사회에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섭취가 증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만드는 환경을 바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탕세나 어린이 시청 시간대에 정크푸드 광고 금지 등이 필요하다면서 "비만을 일찍부터 예방하는 것이 비용 절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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