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통령, 이민 정책 훈수한 머스크에게 "내정 간섭 마"
머스크 "대통령 의견 존중하나 내 의견 계속 표명하겠다" 응수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극우적인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 이탈리아 판사들에게 물러나라고 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가 원수가 외국인의 발언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타렐라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는 훌륭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특히 발표(머스크의 정부효율부 장관 지명 의미)대로 우방국이자 동맹국(미국 의미)에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는 사람이라면 그 나라(이탈리아)의 주권을 존중해야 하며, 지시를 내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여론 조사에서 이탈리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머스크는 이 말에 대해서 반발했다. 트위터와 관계를 맺어온 사이버 보안 전문가이자 자신의 이탈리아 대변인 격인 안드레아 스트로파를 통해 마타렐라와 이탈리아 헌법은 "존중"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계속해서 자유롭게 표현"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의 "우호적인" 전화 통화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 머스크는 이탈리아-미국 관계가 더욱 강화되기를 바라며 곧 마타렐라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조르자 총리는 머스크와 사이좋게 포옹하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릴 정도로 둘의 사이는 가깝다.
머스크와 이탈리아 대통령이 대립하게 된 것은 이탈리아 판사들이 최근 극우 이탈리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판결을 한 것이 배경이다.
이탈리아는 알바니아에 자국이 운영하는 이주민 센터를 두고, 국내로 들어온 이주민 중 '안전 국가' 출신을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 그런데 11일 이탈리아 로마 지방법원은 이탈리아가 알바니아로 보낸 두 번째 이주민 그룹의 출신국인 방글라데시와 이집트를 '안전 국가'로 간주할 수 없다면서 이들 이주민을 이탈리아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지난달의 첫 번째 이민자 이송도 같은 취지로 반대한 바 있다.
그러자 12일 머스크는 자신의 X에 "이 판사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썼다. 이 말에 이탈리아의 좌우 정치 세력은 다시 대립했다. 극우 반이민 정당인 이탈리아 북부동맹의 대표인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영어로 "일론 머스크가 옳다"고 썼다. 반면 중도 좌파 민주당은 이 발언을 이탈리아 정치에 대한 간섭이라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노했다.
머스크의 발언은 13일 이탈리아 신문의 1면에 실렸고, 그로부터 몇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머스크를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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