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대선서 친러 후보 패배…러 "역사상 가장 비민주적 선거"
러 외교부 대변인 "전례없는 야당·언론 탄압…서방도 공공연히 개입"
몰도바 대선서 러시아 '유권자 실어나르기' 등 선거개입 의혹 부상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몰도바 대선에서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친러시아 성향 경쟁자를 꺾고 재선에 성공하자 러시아가 이번 대선이 "가장 비민주적인 선거"였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외무부 홈페이지에 낸 논평에서 산두 대통령이 승리한 것이 크게 해외에 사는 몰도바인들의 지지 때문이라며 이것이 몰도바 사회의 '깊은 분열'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어 "(1991년) 몰도바 독립 이후 가장 비민주적인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야권과 독립 언론, 특히 러시아어 언론에 대한 정부의 전례없는 탄압과 선거 과정에서의 서방의 공공연한 개입이 (이번 선거의) 특징이었다"고 지적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번 선거 결과로 나타난 몰도바 사회의 양극화에 대해 "몰도바 지도자들의 근시안적인 정책과 서방의 노골적 간섭이 부추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두 대통령은 오히려 러시아가 최소 30만 명의 유권자에게 금품을 살포하고 친러 성향의 유권자를 재외공관 투표소로 실어 나르는 등 몰도바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선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지난 3일 치러진 몰도바 대선에서 산두 대통령은 55.3%를 득표해 친러 성향의 검찰총장 출신 정치인인 알렉산드르 스토이아노글로 사회주의당 후보를 꺾고 재선을 확정지었다.
산두 대통령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몰도바 교육부장관과 총리를 거쳐 지난 202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 가입을 신청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고물가 등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몰도바는 인구 250만 명의 소국이자 유럽의 최빈국으로, 1991년 독립한 이후 친러, 친서방 성향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정치적 분열이 극심한 나라다. 수도 키시너우 유권자들은 대체로 EU 가입을 찬성하지만, 농촌 지역과 독립을 선언한 친러 성향의 미승인 국가인 트란스니스트리아와 가가우지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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