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EU' 몰도바 대통령, 친러 후보 꺾고 재선 성공…EU 가입 속도내나
러시아 선거개입 의혹 속에서 재외 유권자들이 표 몰아줘 승리
"러, 몰도바 불안정화 활동에 1억달러 써…많은 도움 필요해"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몰도바 대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경쟁자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산두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개표율 98%에서 54%를 득표해, 46%를 득표한 사회주의당 소속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후보를 누르고 재선을 확정 지었다.
이날 결선투표에는 168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했고 투표율은 약 54%를 기록했다.
산두 대통령은 몰도바 국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스토야노글로 후보에 밀렸지만, 재외 유권자들이 그에게 표를 몰아줘 승리할 수 있었다.
산두 대통령은 승리가 확정된 후 몰도바 국민들을 향해 "오늘 여러분은 역사책에 쓰일 가치가 있는 민주주의의 교훈을 얻었다"며 "자유, 진실과 정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산두 대통령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몰도바 교육부장관과 총리를 지내고 지난 2020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인물이다. 그는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 가입을 신청했다.
반면 스토야노글로 후보는 검찰총장을 지내다가 비리 혐의로 체포된 뒤 지난해 산두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인물이다. 그는 몰도바 헌법에 유럽연합 가입 목표를 명기하는 데 반대했고, 미국과 EU, 러시아,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하겠다면서도 자신은 친러 성향이 아니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산두 대통령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에게 "이 선거에서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보기 드문 힘이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민주주의가 "모든 간섭과 공작을 이겼다"며 산두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몰도바 당국은 3일 선거 중에 "공격, 도발과 불안정을 일으키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경찰은 러시아가 친러 성향의 유권자들을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등의 몰도바 재외공관 투표소로 이동시켰다고 추궁했다. 또 몰도바의 재외공관 투표소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가짜 폭탄 위협 등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20일 EU 가입 목표를 헌법에 명기할지 여부를 정하는 국민투표에서도 매표 공작을 펼쳤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국민투표에서 몰도바 국민의 50% 이상이 EU 가입에 찬성했다.
인구 250만 명의 소국이자 유럽의 최빈국인 몰도바는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친러시아와 친서방 성향의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겪고 있다.
수도 키시너우의 유권자들은 대체로 EU 가입을 찬성하지만 농촌 지역과 독립을 선언한 친러 성향의 미승인 국가인 트란스니스트리아와 가가우지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키시너우의 싱크탱크 '워치독'의 분석가인 안드레이 쿠라라루는 (러시아가) 몰도바의 '불안정화 활동'에 1억 달러(약 1370억 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몰도바가 "전례 없는 수준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쿠라라루는 몰도바가 친EU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몰도바가 "스스로 성공할 수 없다"면서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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