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통령, 나치가 파괴한 그리스 마을에 사과…"배상금은 글쎄"
180명 넘게 학살된 칸다노스 마을 방문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독일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학살이 일어난 크레타섬의 한 마을을 방문해 용서를 구했다. 대통령은 전쟁 범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는 했으나 배상금에 대해서는 끝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칸다노스 마을에서 학살 생존자들과 군중의 환영을 받았다. 크레타를 방문한 최초의 독일 국가 원수인 그는 "오늘 나는 독일을 대신하여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면서 "독일 대통령으로서 이곳에 오는 것은 힘든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우리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고, 나는 당신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 행위에 대해 그리스에 사과한 것은 슈타인 마이어의 전임자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이다. 그는 2014년 방문 당시 "부끄러움과 고통"을 표명, 그리스에 사과한 최초의 독일 국가 원수가 됐다.
칸다노스는 1941년 6월 3일에 약 180명이 학살됐다. 연합군은 5월 나치 낙하산병을 격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크레타 전투를 벌였는데, 주민들도 이에 참여했다가 이같이 보복을 당한 것이다. 이 마을은 나중에 재건됐는데, 독일군이 경고로 세운 기념패가 여전히 서 있다. 여기에는 '칸다노스는 무장한 남녀가 매복하고 있다가 낙하산 부대와 척후병 부대의 절반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파괴되었다'는 독일 입장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이 학살을 지휘한 나치 전범은 연합군에 잡혀 옥살이했지만 1948년 풀려나는 등 전쟁 범죄에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수십 년 동안 이런 범죄를 처벌하는 것을 미룬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전후 그리스는 독일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했다. 또 당시 나치 정권은 그리스 중앙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을 받았는데 이도 갚지 않았다. 이 문제는 그리스 금융 위기 때 크게 불거졌다. 당시 유럽 채권단 중 독일이 선두에 서서 대출 제공의 대가로 가혹한 구조조정을 원하면서 그리스인의 원성이 높아졌다.
희생자 후손들 일부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배상을 요구하며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외쳤다. 슈타인마이어는 그리스 지도자들과 회의하면서 배상금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이미 종결된 문제라는 독일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배상금 문제가 "아직도 매우 살아있다"고 반박했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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