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간만에 1년치 폭우 쏟아졌다"…스페인 대홍수에 155명 사망(상보)

주민들, 입모아 "이런 홍수 본 적 없다"
과학자 단체 "기후 변화"가 가장 유력 요인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인근 지역에서 한 주민이 침수된 집안의 흙탕물을 집 밖으로 빼내고 있다. 2024.10.30/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김지완 기자 = 스페인 동부를 휩쓴 돌발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가 150명을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31일(현지시간), 발렌시아 지역 당국 발표를 인용해 홍수 사망자가 총 155명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인구 500만 이상이 거주하는 발렌시아다. 폭발적인 홍수로 시골 마을들은 물에 잠겼고, 전날까지도 주요 고속도로 사용이 불가했다. 속출한 사망자에 법원 건물이 임시 영안실로 쓰이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홍수와 함께 떠밀려온 진흙과 구정물이 집안에 들이치자 사람들은 저마다 빗자루와 양동이를 들고 엉망이 된 집 안을 쓸어냈다.

주민들은 홍수가 전례없이 강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호세 플라테로(69)는 "우리 아버지는 이제 100세가 되셨는데 그런 홍수는 기억하지 못하신다. 여기 있는 게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앙헬 역시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재정이 엉망진창이다. 보험 회사가 당장 보상하지 않고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나쁜 상황에 처할 것"이라 걱정했다.

"30분 만에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는 한 생존자는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내와 딸과 함께 가까스로 피난했다.

30일(현지시간) 스페인 테루엘주 라호즈데라비에야에서 한 남성이 양손 가득 물통을 나르고 있다. 그의 뒤로는 홍수로 길거리에 가득 찬 물과 쓸려온 잔해가 보인다. 2024.10.30/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기후 과학자 그룹인 세계기상기여도(WWA)는 이례적인 폭우와 기후변화를 직접 연결 짓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기후 변화가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스페인 국가 기상청은 발렌시아 지역에 단 몇 시간 만에 1년 치 강수량이 쏟아졌다고 했다.

WWA는 폭우가 섭씨 1.3도 더 낮았던 산업화 이전 기후에 비해 "약 12% 더 세차고 두 배 더 (발생) 확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단체는 "역사적 기상 관측에 따르면 화석 연료 배출로 인해 기후가 더워지면서 이 지역에서 하루 동안 쏟아지는 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