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50년만의 최악 홍수로 최소 95명 사망…"전국이 애도"
발렌시아주에서만 92명 사망…"1년치 비 8시간동안 내려"
스페인, 사흘간 국가애도기간 선포…EU도 스페인 지원 나서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스페인에서 50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최소 9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CNN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스페인 중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발렌시아주로 이곳에서만 9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중 최소 40명이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 마을에서 사망했다. 스페인 국영통신사 EFE는 사망자 중 6명이 한 양로원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 발렌시아 인근의 카스티야 라만차주와 안달루시아주에서는 각각 2명, 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앙헬 빅토르 토레스 영토정책부 장관은 "아직 실종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수 생존자들은 소방서 등 임시 거주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철도와 항공 교통망에도 심각한 지장이 발생해 발렌시아와 마드리드를 오가는 고속철도는 최소 나흘간 중단될 전망이다.
AFP 통신은 지중해 연안도시 세다비에서 차량이 쌓여 있고 거리가 진흙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을 전했다. 주민들은 물과 전기가 끊긴 밤에 집안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내고 진흙탕을 청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발렌시아주에서는 이날 200차례의 육상 구조 작업과 70번의 항공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주 총리는 항공 구조 작업을 통해 테라스나 지붕에서 구할 사람이 이제 없다고 밝혔다.
마손 총리는 또 통신망 훼손과 도로 침수로 인해 발렌시아주의 피해 지역에 대한 접근이 원활하지 않았던 상황이었지만 30일 저녁에는 대부분 도심 지역에 대한 구조대 접근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도 이번 홍수를 "전례가 없는 현상"이라고 불렀고 구조 작업을 돕기 위해 헬기와 병력 1000명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스페인의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코페르니쿠스 위성 시스템을 가동해 스페인 구조대와의 조율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한 EU의 시민 보호 메커니즘을 사용해 지원을 강화해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에너지 기업인 이베드롤라는 홍수로 인해 발렌시아에서 약 15만 5000가구가 전력이 끊긴 상태로 직원 500명을 파견해 전력 복구에 나섰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사흘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TV 연설에서 피해 유족들을 향해 "모든 스페인이 함께 통곡하고 있다"며 "우리는 여러분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난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며 "우리는 이 비극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도 X(옛 트위터)에서 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희생자 가족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고 구조대에 감사를 표했다.
한편 이번 홍수는 150명이 사망한 1973년 스페인 남동부 그라나다, 무르시아, 알메리아주에서 발생한 홍수 이후 스페인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홍수다.
홍수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는 전례 없는 기록적 폭우가 꼽힌다. 발렌시아 치바 마을에서는 29일 8시간 동안 무려 491㎜의 비가 내렸다. 이는 1년 전체 강우량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홍수의 원인이 된 차가운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를 지나면서 생긴 폭풍이 비구름을 형성하는 '고고도 저기압'은 이 시기에 이베리아반도에 흔히 발생한다. 다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극심한 기상 재해가 기후변화로 인해 더 극심해졌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원인으로는 발렌시아주의 홍수 경보 시스템 부실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레딩대학교의 한나 클로크 수문학 교수는 "사망자는 폭우 경보 이후에 크게 발생했다"며 홍수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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